[개인전] 김용중화백 - 화폭 가득 '국화꽃' 향기
기사입력 2000년 02월 08일 12시 52분
미당 서정주의 시 `국화 옆에서'가 그림으로 피어난다. 중견화가 김용중씨(50)가 `국화 옆에서'를 소재로 한 작품들을 선보인다. `한 송이 꽃을 피우기 위해' 혹은 `국화 옆에서를 읽고서' 연작이다.
17일까지 서울 역삼동 아미아트갤러리에서 여는 개인전. 그림과 시의 만남이 드문 일이 아니지만, 김씨의 작품은 색다른 여운을 준다. 그의 고달픈 미술인생 때문이다.
김씨는 고등학교를 졸업한 후 극장 간판 그리기, 학원 강사 등을 하면서 혼자 그림을 그려왔다. 당연히 스승도 없었다. 길고 혹독한 무명시절을 거쳐, 97년 대한민국미술대전 대상을 수상했다. 이후 전업작가로 나섰고, 이번이 두번째 개인전이다.
그의 인생역정이 `한 송이 국화꽃을 피우기 위해/봄부터 소쩍새는 그렇게 울었나보다'로 시작되는 시 `국화 옆에서'를 연상시킨다.
그래서일까. 그의 그림들은 화려함과는 거리가 멀다. 무겁고 어둡다. 그림자가 짙게 드리워져 있다. 꽃과 그림자의 대비가 두드러진다. 게다가 꽃 자체도 원색은 거의 없다.
현실을 있는 그대로 옮겨놓은 듯한 사실성도 특징. 세부적인 묘사는 생략한다. 따라서 정적이고 신비적이다. 현대사회의 불확실성에 대한 상징이다.
미술평론가 신항섭씨는 "그의 작업은 어디까지나 현실 생활의 체험과 결부되어 있고, 현실을 묘사한다"면서 "그 시각은 시인의 감정의 촉수처럼 섬세하고 부드럽다"고 평가한다.
전시작 중엔 여인의 나신을 그려넣은 작품도 여럿 있어 눈길을 끈다. 꽃을 여인으로 대체했다. 먹구름과 무서리를 뚫고 피어난 국화와 여인의 풍만한 몸매를 동일시한 것. 관능적인 느낌을 준다.
어지러운 사회 속에 힘들게 살아가는 여인의 모습을 표현한 `1973년생 무용수' 등의 작품도 함께 선보인다. (02)501-6458
[임정식기자 dada＠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