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한-일 최고 흥행작 맞대결은 '무승부'
기사입력 2000년 02월 07일 14시 22분
한국과 일본의 99년 최고 흥행작의 맞대결은 `양측 모두의 승리'로 판결이 났다.
지난달 22일 일본 전역에서 개봉된 `쉬리'는 `엔드 오브 데이즈' 등 할리우드 블록버스터를 누르고 흥행 순항 중. 개봉 일주일만에 무려 40여만명의 관객을 끌어모았으며 지금까지 `블레어 윗치'와 앞서거니 뒷서거니 경쟁을 하며 박스 오피스 1∼2위를 오르내리고 있다.
일본 내 각 매스컴들은 지난해 일본에서 450만명을 동원한 `철도원'에 필적할만한 흥행 열기라며 놀라워하고 있다.
이에 맞서 지난 4일 국내 개봉된 `철도원' 또한 설 시즌에 같이 개봉된 할리우드 대작들을 누르고 설 연휴 3일간 6만여명의 서울 관객을 동원, 선풍을 불러일으켰다. `철도원'은 비교적 적은 숫자인 10개관(서울지역)에서 개봉됐으나 4일 첫날부터 90% 이상의 높은 점유율을 기록, 흥행 대박을 예고했다.
영화 관계자들은 남북의 특수한 상황을 소재로 삼은 `쉬리'가 일본 국민에게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다는 점과 일본인 특유의 직업 의식을 전면에 내세운 `철도원'이 우리나라에서도 공감을 불러일으켰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한국과 일본의 최근 히트작들이 상대국에서도 호평을 받은 것은 `가깝지만 먼 나라'였던 한국과 일본이 이제 문화적으로 부쩍 가까워졌음을 입증한다"고 분석하고 있다. 또한 `쉬리'와 `철도원'의 흥행 성공이 관객들에게 양국 문화를 이해하는데 큰 역할을 함과 동시에 한일 문화 교류 증진에도 엄청난 파급 효과를 미칠 것으로 보고 있다.
한편 강제규 감독은 현재 한일 합작영화를 기획중. 지난 1월말 방한때 한일 합작영화를 제작하겠다는 프로젝트를 밝힌 `철도원'의 후류하타 야스오 감독 또한 부산에 들러 사전 헌팅을 하고 일본에 돌아갔다. 양 감독의 재격돌도 조심스레 점쳐진다.
[전상희 기자 frog＠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