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C현장르포] 룸사롱 허와 실
기사입력 2000년 02월 07일 13시 49분
◇2차
그럼 이런 특급룸살롱의 `2차'는 얼마나 할까.
새끼마담 C씨는 "우리 집은 2차가 없다. 아가씨가 좋아서 손님과 나간다면 상관하지 않는다"는 것. `손님이 아가씨의 마음에 들어야 한다'는 전제가 있으므로 더 힘들뿐만 아니라 실제로는 공짜도 아니다. 성사되면 일반 룸살롱의 2배가 넘는 50만∼100만원의 `공정가'를 알아서 줘야 한다.
대체 왜 이들은 `2차'도 안 되고, `더블'을 뛰는 `고급 룸살롱'을 좋아하는 것일까. N씨는 "결국 돈 들일건 다 들이고 여자를 안지만 돈을 내고 산다는 느낌은 들지 않는다. `직거래'보다는 이쪽이 인간적"이라고 설명한다.
그러나 C씨가 설명하는 `2차가 없다'는 말의 의미는 좀 다르다.
"정말 2차 못 나가게 하면 손님들이 오겠어요? 하지만 아가씨가 손님을 한번 `모시면' 그 손님은 그 아가씨에 대해 관심이 없어지는 경우가 많아요. 가게 입장에선 큰 손해죠."
C씨의 말이다.
언뜻 `인간적'으로 보이는 `2차없는 룸살롱'의 실체는 결국 장삿속이다.
이렇게 밤의 `스타'가 된 접대부들은 자신을 얼마에 팔까. 여러 사람들의 이야기를 종합해보면 지금까지 `2차'의 최고 기록은 250만원으로 남아 있다.
"손님이 끝까지 원하면 업소쪽에서 성의는 보여야죠. 그래서 `이정도 가격이면 포기하겠지'라고 부른 것이 그 가격인데, 그걸 받아들인 손님이 있으니까 지금까지 그 가격이 최고 가격으로 되어 있죠."
◇룸살롱 허와 실
룸살롱과 관련된 범죄는 사흘이 멀다 하고 신문을 장식한다. 단란주점 허가로 접대부를 고용한 불법 영업, 미성년자 고용, 카드깡 업자와 결탁한 탈세 등 `룸살롱'하면 범죄의 온상으로 보일 정도다.
그러나 톱 클래스 룸살롱들에겐 모두 남의 얘기다. 3∼4년전만 해도 상식으로 여겨지던 주류의 무자료거래, 탈세를 위한 현금결재와 카드깡 업자와의 거래 등은 이제 점점 사라져가는 중이다. `잘 나가는' 업소에는 미성년자 접대부도 없다.
과거에는 업소에서 싸움이라도 나면 대개 `구린 데'가 있어 설설 기며 무마하려 했지만 이제는 떳떳하게 경찰에 신고, 소란을 피운 손님을 연행하게 할 정도다.
"세금 몇푼 아끼려다 특별단속이라도 걸려 가게를 쉬게 되면 마담들 떠나고, 아가씨 떠나고 가게가 엉망이 된다. 합법적으로 장사해도 잘 되는데 뭐하러 모험을 하겠느냐"는게 최근까지 룸살롱을 경영해온 L씨(45)의 주장.
L씨는 "룸 10∼15개의 중간 크기 룸살롱도 고용인원이 70명은 된다"며 "어차피 룸살롱에서 술 마시는 사람들은 돈이 썩어 나는 사람들 아닌가. 이 사람들이 풀고 가는 돈이면 소득재분배의 효과가 있다"고 주장했다.
최근 등장한 룸 수 50∼60개의 대형 룸살롱들은 고용인원만도 200여명. 이쯤되면 "술집이 아닌 중소기업"이라는 말도 실감이 난다. 특소세를 포함한 고액의 세금을 꼬박꼬박 납부, 세무당국에는 `예쁜이' 구실을 한다.
물론 이렇게 당당한 룸살롱들도 `보건문제'에 대한 한 입을 다문다. L씨는 "아가씨들은 매년 보건소에서 위생검사를 받고 보건증을 받게 되어 있었지만 단 한명도 실제로 검사를 받은 적이 없다"며 "그래도 구청의 단속에 적발된 적은 한번도 없다"고 증언했다.
이 보건증제도는 지난해 3월부터 개인이 각급 병원에서 정기검진을 받는 건강진단결과서 제도로 대체됐다. 그 결과 구청 위생과에서는 관내의 접객업소 종사자 수도 파악하지 못하게 됐다.
룸살롱은 불법이 아니다. 20세가 넘은 성인들은 직업선택의 자유도 갖고 있다.
그러나 룸살롱 문화는 21세기형 배금주의의 다른 모습일 뿐. 그 뒤에는 사치와 허영의 고리가 있다.
또 여전히 달라지지 않은 색다른 분위기의 매춘 장소일 뿐이다.
우리사회엔 언제 부터인가 정신문화가 퇴색하면서 물질만능주의가 싹트고 있다.
자라나는 아이들에게도 명예의 소중함을 일깨우기 보단 `돈많이 버는' 사회적 성공을 바랐는지 되짚어볼 일이다.
◇취재후기
"우리집은 2차가 없어요." 처음엔 이 말이 `룸살롱이 건전해졌다'는 말로 들렸다. 그러나 취재가 진행될수록 `고급' `세련'이란 이름으로 룸살롱의 속 빈 허영만 두터워졌음을 알게 됐다. 번 돈 쓴다는데야 할말은 없지만 `이런 식'으로는 곤란하다는 생각이 취재내내 떠나지 않았다. 세상은 더불어 살아가는 것이 아닌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