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엽] 오른손 어깨아래로…타격폼 바꾸고 새출발
기사입력 2000년 02월 06일 12시 31분
`홈런킹' 삼성 이승엽(24)의 폼이 바뀌었다.
지난달 31일(한국시간) 미국 애리조나 전지훈련지에 도착해 새천년을 향한 본격적인 담금질에 들어간 이승엽은 타석에서 공을 기다리는 동안 어깨보다 높게 위치했던 오른손을 어깨 아래로 바싹 내렸다.
지난해 타격 4관왕을 일궈냈던 폼을 바꾸기로 결정한 만큼 이승엽은 전지훈련동안 새로운 폼을 완전히 익혀 `내 것'으로 만든다는 각오다.
지난해 홈런과 타점신기록을 갈아치운 폼을 구태여 바꾸려는 이유는 두가지. 슬럼프기간과 불필요한 힘의 낭비를 최소한 줄이겠다는 의도다.
높은 곳에서 내리 찍듯이 공을 정확하게 맞히는데 예전 폼이 제격이었던 게 사실이지만 슬럼프때는 높은 손이 오히려 걸림돌이 됐다. 슬럼프에 빠진 모든 타자들의 손이 처지는 것처럼 이승엽도 이같은 경험을 했다.
지난해 42홈런을 기록하고 12경기 무홈런에 시달렸던 것도 바로 떨어진 손의 위치 때문. 손이 아래로 처진 상태에서 스윙하다보니 어쩔 수 없이 위로 쳐올리는 스윙을 하게 되면서 타점이 흔들려 슬럼프 탈출에 많은 시간이 걸렸다.
폼을 바꾼 또다른 이유는 힘의 낭비를 막기 위해서다. 방망이를 높이 들면서 어깨와 팔에 들어갔던 불필요한 힘을 줄이겠다는 얘기.
상대투수의 견제가 심해 한타석을 끝내는데 다른 선수들보다 더 많은 시간과 힘이 필요한 이승엽에게 방망이를 든 손을 낮춘 것은 편안한 자세에서 승부하는데 큰 도움이 된다는 설명이다.
손의 높이만 내려왔을뿐 백스윙부터 스탠스, 트레이드마크인 `외다리타법' 등에 이르기까지 다른 자세는 전혀 변한 게 없다.
이승엽은 "공을 기다리는 자세만 바뀌는 것이다"며 "파워가 떨어지거나 임팩트타이밍이 변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성적에 대해 큰 부담감은 없다"며 새로운 폼에 대한 자신감을 보였다.
[피닉스(미 애리조나주)＝김세훈 특파원 shkim＠sports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