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훈] AL소방왕 고든 만나… 최고릴리프 '바통 터치'
기사입력 2000년 02월 06일 12시 31분
`최고 릴리프, 바통 터치.'
`야생마' 이상훈(29．보스턴)이 아메리칸리그 최고 마무리 톰 고든(33)의 바통을 이어받았다. 이상훈은 지난 5일(이하 한국시간) 포트마이어스의 보스턴 마이너리그 전용구장에서 재활을 위해 합류한 고든과 운명적인 만남을 갖고, 철벽 릴리프의 임무를 건네받았다.
지난 98년 메이저리그 신기록인 43연속세이브의 위업을 세운 고든은 공이 번개처럼 빠르다 해서 `플래시(Flash)'라는 별명을 가진 우완 정통파. 지난 88년 캔자스시티에 입단, 선발로 뛰다 96년 보스턴으로 이적했다. 지난해 불의의 오른쪽 팔꿈치 부상으로 11세이브(2패)에 그친뒤 수술을 받아 상승세가 멈춰섰다.
이상훈과 고든의 만남은 크리스 코렌티 트레이너의 치밀한 `작전'에 의해 이뤄졌다. 코렌티 트레이너는 라커룸에 있는 이상훈을 굳이 운동장으로 불러 고든을 소개했다. 이상훈은 고든과 약 30분간 러닝과 마무리 스트레칭을 함께 했다.
훈련을 끝낸뒤 고든은 이상훈에게 근황을 물어보며 "포트마이어스에서는 훈련후 갈곳이 마땅치 않아 지내기 힘들텐데…"라고 생활을 염려했고, 긴장의 낯빛을 감추지 않은 이상훈은 "하루빨리 마운드에 서기를 바란다"고 답했다.
고든은 수술의 영향으로 올시즌 출전이 불가능한 상태. 따라서 `신인' 이상훈과의 만남은 `바통 터치'의 의미를 지닌 셈이다. 실제로 보스턴은 고든이 빠진 구원진의 구멍을 메우기 위해 최고 3년간 100억원의 거액을 베팅하며 이상훈을 적극적으로 영입했다.
이상훈은 "고든 같은 대선수를 만나게 된 것은 영광"이라며 "고든의 공백을 메우라는 뜻으로 훈련을 함께 하라고 한 것 같다. 책임이 더욱 무겁게 느껴진다"고 말했다.
[포트마이어스(미 플로리다주)＝김우석 특파원 kwooseo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