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신양] 영화'킬리만자로'서 거친남자로 컴백
기사입력 2000년 02월 03일 14시 17분
박신양. 바닷내음이 가득하다.
폭발 직전의 밤바다 같은 해식. 냉혹하고 이기적인 형사다.
성난 파도 같은 해철. 꼬일 대로 꼬여있는 인생이다. 한때 주먹 좀 쓰던 깡패였지만 지금은 아무도 알아주는 사람이 없다.
`킬리만자로'(오승욱 감독－우노 필름)에서의 박신양. 1인 2역이다. 두가지 색깔이지만 공통점은 있다. 힘이 넘치는 거친 남자.
1년간의 긴 휴식 끝에 택한 역이다. 확실한 이미지 변신을 보여주고 싶어서였다.
박신양은 서울에서 해철이 등장하는 장면을 찍은 후 1월 말 주문진으로 내려갔다. 서울 촬영분을 보고 모두 감탄했다. 허름한 옷차림, 부스스한 머리. 인생 막차를 탄 사람의 꼬여있는 말투. 애달픈 사랑을 연기한 `편지'`약속'을 기억하고 있는 사람들은 혀를 내둘렀다.
최근 주문진 바닷가에서 진행된 촬영에서도 그는 대단했다. 뒤로 빗어넘긴 머리, 차갑게 빛나는 눈. 긴 한숨 사이로 배어나오는 삶에 대한 회의. 담배연기와 함께 뿜어나오는 카리스마에 촬영장은 숨을 죽였다.
`킬리만자로'의 이야기는 해식이 동생 해철이 한때 깡패로 지내던 주문진으로 내려가면서부터 시작된다. 주문진 바닷가를 배경으로 남자들의 의리와 권력, 그리고 중심에서 밀려난 사람들의 상처와 고독이 사실적으로 그려진다.
현재 20%정도 촬영이 진행됐으며 3월 말까지 주문진에서 촬영을 계속한다. 5월 중순 개봉예정.
[전상희 기자 frog＠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