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전쟁소설] 분노의 바다 (111)
기사입력 2000년 02월 03일 13시 15분
◇대마도 북동쪽 42㎞, 잠수함 아라시오
"심도 150m로 변경한다."
"알겠습니다. 잠항각 5도. 심도 150으로！"
야마모토 이등해좌가 수측실의 작업을 지켜보며 조용히 명령했다. 무엇보다도 해류상황이 좋지 않았다. 구로시오 해류의 지류라 할 수 있는 대마난류의 흐름이 매우 불규칙적이기 때문이었다.
쓰시마를 경계로 서쪽, 즉 서수도를 빠져나오는 대마난류는 얕은 대륙붕을 따라 흐르기 때문에 기상상황에 영향을 많이 받는다. 그래서 북상하는 대마난류의 흐름이 동해에 들어간 다음 두 갈래로 나뉜다는 이분지설이 맞는지, 아니면 세 갈래로 나뉜다는 삼분지설이 정확한 지 아직 학계에서 제대로 결론이 안날 정도로 매년 해류의 움직임이 다르다.
"어떤가? 수측장. 뭔가 잡히는 게 있나?"
"아직은 좋지 않습니다. 전반적으로 항해하는 선박이 적어서인지 배경 소음은 별로 크지 않습니다만, 온도층이 복잡한 상황입니다. 일단 심도변경이 완료된 다음 다시 보고드리겠습니다."
여전히 해류상태 파악이 어려운지 카와이 수측장이 난색을 표시하며 함장의 질문에 대답했다. 무언가 희미하게 소리가 들리고 있었지만 잠수함 아라시오에서는 그 소리의 정체를 파악하는 것이 쉽지 않았다.
야마모토 일좌는 잠망경 심도로 부상하는 것이 낫지 않을까 잠시 갈등했다. 그렇다면 제2 호위대군의 수상함정으로부터 데이터 링크로 한국 해군의 움직임을 보다 자세히 파악할 수 있었다.
그러나 야마모토는 곧 고개를 가로저었다. 한국 해군 함정이 상당히 가까운 거리까지 접근하고 있었기 때문에 수면 위로 부상했다가는 자칫 아라시오의 매복임무를 그르칠 우려가 있었다.
지금 물 위에 떠 있는 제2 호위대군은 북동쪽으로 이동을 시작하고 있었다. 그것은 한국 함대를 외해로 유인하려는 것이었다. 잘만 되면 그들은 아라시오의 바로 머리 위를 지나치게 된다. 일본 잠수함을 발견하지 못한 한국 함대는 치명적인 손실을 입을 수 밖에 없었다.
그러나 잠수함은 현재 장님이나 다름 없었다. 야마모토는 어쩔 수 없이 카와이 수측장의 작업을 지켜보는 도리 밖에는 없었다. 지금 카와이 수측장은 소나 수신기가 최적의 효율을 발휘할 수 있는 수심을 찾느라 정신이 없었다.
수중에서 음파는 수평적으로 움직이는 해류나 수괴처럼 여러 가지 차단벽에 의해 굴절되거나 산란한다. 한편 심도에 따라서도 음파의 전달 특성이 많은 차이를 보인다.
표층수라 불리우는 수면 가까운 물은 대기와 직접 접촉하기 때문에 기상변화에 따라 그 성질이 쉽게 변한다. 한편 표층수의 아래 쪽에는 급격히 수온이 변화하는 수온약층이 존재한다.
음파의 전달 경로와 속도 등 음파특성이 수직적으로 급격히 변화하는 이런 특성들 때문에 해군 함정이 소나를 사용할 때는 외부 조건을 잘 감안해야 한다. 특히 잠수함은 수상함과 달리 심도를 오르내릴 수 있기 때문에 최적의 심도를 스스로 찾아내 그곳에서 소나를 사용하는 것이 가능하다.
"됐습니다. 함장님. 이제 잡힙니다！"
카와이 수측장이 양 눈썹 사이에 잔뜩 주름살을 만들면서 함장에게 보고했다.
"사운드 채널에 들어왔습니다. 이제 소나가 제대로 작동합니다！"
카와이가 가볍게 탄성을 내질렀다. 들뜬 목소리에는 스스로의 능력에 대한 자부심이 짙게 배어 있었다.
[계속]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