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 부상 돌림병…PO행 향해 암초
기사입력 2000년 02월 03일 11시 41분
`꼬인다 꼬여.'
생채기 난 가슴에 왕소금을 뿌린 격이다. 기아 엔터프라이즈 박수교 감독(44)의 요사이 심기를 두고 하는 말이다.
팀이 조금 살아난다 싶으면 꼭 주전 가운데 환자가 생기는 탓이다. 돌림병에라도 걸린 것 같고 `부상 병동'의 책임자가 아닌가 하는 생각까지 든다.
시즌 초반 김영만이 무릎수술 후유증으로 14게임을 결장했다. 김영만이 돌아와 조금 마음이 놓인다 싶더니 이번에는 강동희가 허리를 다쳐 7게임을 빠졌다. 강동희의 후속타자는 외국인 센터 저머니였다. 저머니는 지난 1일 부산 SBS전서 오른발목을 심하게 접질려 5주진단을 받았다.
`베스트5' 가운데 3명이 잇따라 쓰러진 것. NBA(미국프로농구) 명장 아니라 그 이상이어도 이쯤되면 `백기'를 내걸만 하다.
3일 현재 기아는 16승17패로 4위에 머물며 하루하루 6강 플레이오프를 향한 피말리는 승부를 치르고 있다. 자고 나면 순위가 뒤바뀌는 상황에서 기아는 `부상'이라는 암초에 부딪혀 좌초 위기에 몰린 셈이다. 여기서 자칫 연패에라도 다시 빠질 경우 포스트시즌 진출 조차 장담할 수 없는 불안한 신세가 된다.
`타이타닉'의 선장은 등대를 발견할 수 있을까. 최악의 설연휴를 맞은 박 감독에게 아직 희미한 불빛조차 보이지 않는듯 하다.
[김종석 기자 jskim＠sports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