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평] 인격무시 'Y담' 되레 역효과
기사입력 2000년 02월 02일 13시 42분
지난달 31일 MBC TV `주영훈 최화정의 D데이'(기획 안우정, 연출 김승환)를 시청한 사람들은 불쾌감을 느꼈다.
MC인 주영훈의 언행 때문이다. 주영훈은 함께 MC를 보는 최화정이 어느 순간 가슴을 숙이자 "지금 뭘 보여주려고 그러느냐"는 매우 성적인 농담을 건넸다. 주영훈의 눈길도 최화정의 가슴을 향했다.
게스트와의 `토크'가 한동안 진행됐고 최화정은 또다시 어느 순간 가슴을 숙였다. 이때도 주영훈은 기다렸다는 듯이 최화정에게 "뭘 또 보여주려고 그러느냐"는 농담을 던졌다.
다행히(?) 최화정은 주영훈의 이런 두 차례에 걸친 돌출행동에 대해 아무런 대꾸도 하지 않고 슬그머니 넘어가는 능란함을 보여줬다.
제작진은 아마 이런 변명을 할 것이다. `이 프로는 밤 11에 방영하는 성인대상의 토크쇼'라고.
그러나 어불성설이다. 성적인 소재, 성적인 농담 자체를 문제삼자는 게 아니다. 주영훈이 성적 농담의 소재와 대상으로 삼은 것은 바로 `여성으로서의 인격 최화정'인 것이다.
제작진은 이 장면을 편집해야 마땅했다는 생각이 든다.
사족 한가지 더.
두 MC가 탤런트 김원희를 카페에서 만나 퀴즈게임을 하는 코너가 있었다. 김원희가 `내 컴플렉스는 어떤 것일까' `내가 무서워하는 것은 가슴에 털난 남자일까' 등의 문제를 내고 MC들이 맞추는 퀴즈코너였다.
주영훈이 오답을 내자 김원희는 주걱을 들었다. 그리곤 주영훈의 엉덩이를 후려갈겼다.
이른바 변태 성행위의 일종인 스팽킹(spanking)이 연상됐다. 이성의 엉덩이를 때리며 성적 쾌감을 느낀다는 그것 말이다. 주영훈의 "뭘 보여주려고…"만 아니었어도 아마 이런 연상은 하지 않았을 것이다.
[이승호 기자 letitbe@sports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