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수협] '운동장 좀 빌려주세요'
기사입력 2000년 02월 02일 12시 57분
"우와∼, 정말로 우째 이래 힘든지 모르겠네요." 프로야구선수협의회(선수협) 대표단의 박정태(31．롯데)가 한숨섞어 토해내는 넋두리다.
한국야구위원회(KBO)와 머리를 맞대고 으르렁거리는 와중에서도 머잖아 만날 팬들을 생각하며 방망이를 잡았던 그들. 한데 곳곳에서 맥빠지는 소리만 들려온다.
지난 31일 첫 훈련을 가졌던 서울 잠신중학교 모 관계자. "더 이상 우리 운동장은 안 되겠는데. 학교 방침이니 이해해 주게." 왜 거부당했는지 채 생각할 겨를도 없이 잠실구장으로 허겁지겁 전화를 넣었으나 메아리는 역시 `NO'.
하는 수 없이 1일엔 한강 시민공원을 택했다. 하지만 그 곳에서 할 수 있는 운동이라고는 기껏해야 러닝과 캐치볼 정도. 이쪽은 도로요, 저쪽은 강물이니 방망이는 아예 꿈도 못 꾼다.
그래서 얼토당토않게 축구를 했다. 물론 유연성을 기른답시고 축구선수들이 농구나 럭비를 하는 경우도 왕왕 있다. 하지만 이들은 경우가 다르다. 장소가 없어 울며 겨자먹기로 팔자에도 없는 `큰 공'을 만진 것이다.
마침 2일은 훈련을 쉬는 날이라 한숨 돌렸지만 어김없이 3일이 찾아오니 걱정은 좀체 수그러들 줄을 모른다. 정녕 이들이 운동할 데가 그렇게도 없단 말인가.
선수협 강병규 대변인(두산)의 말이 두고두고 머릿속을 맴돈다. "산이면 어떻고, 들이면 어떻습니까. 어떤 어려움이 있어도 우리는 운동을 포기하지 않을 겁니다."
[최재성 기자 kkachi＠sports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