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O] 8개구단 사장들 입김에 급선회
기사입력 2000년 02월 01일 13시 24분
불거진 선수협 문제로 한국야구위원회(KBO)는 괴롭다.
여기저기서 `중재와 타협의 돌파구를 마련하라'는 목소리가 높으면 높을수록 KBO의 속앓이는 심해진다. 모두가 손을 놓고 남은 것은 충돌 뿐이라고 걱정이다. 지금이야말로 진정한 의미의 KBO 역할이 아쉽다.
현 KBO는 8개구단과 선수, 팬의 입장을 묶는 총괄기구가 아니다. 구단 사장들의 입김에 놀아나는 `꼭두각시'에 불과하다. 지난 29일밤 이상국 사무총장과 선수협 집행부의 첫 만남이 있었다. 양쪽은 대화의 물꼬를 텄다며 대립에서 화해로의 변화를 벅찬가슴으로 기다렸다. 이틀만에 사장들이 들고 일어서자 일은 꼬였다.
31일 사장단 간담회서 구단의 허락(?)없이 선수들과 대화를 시도한 이총장은 면박을 당했고, 구단들과 KBO는 선수협에 "더이상의 양보는 없다"며 연봉감액을 선언해 버렸다. 이에 선수협은 법정에서 해결하겠다고 벼르는 등 상황은 급속히 얼어 붙었다.
KBO 직원들은 할 말이 많다. 누구보다 원만한 문제해결을 원하지만 도대체 힘없는 KBO가 무슨 일을 할수 있느냐고. 지난해 내내 여론의 질타를 받았던 자유계약선수(FA) 문제만 놓고 봐도 그렇다. 기껏 규정을 만들어 안을 올렸지만 구단사장들은 자기들 입맛에 맞지 않는다며 두번에 걸쳐 규약을 강화했다. 화살은 어김없이 KBO로 향했다. 이사회때마다 사장들의 요구사항에 맞는 규약을 찾아주는 것도 지겹다. 억지로 끌어 맞추다보니 설명도 궁색해질 수밖에 없다.
낙하산 인사를 배제하고 자율적, 능동적으로 야구발전을 도모한다며 박용오 총재를 첫 민선총재로 뽑았지만 나아진 것이 없다.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힘있는 KBO, 이를 소원하는 쪽은 다름아닌 당사자들이다.
[박재호 기자 jhpark＠sports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