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재은] 연극'홍어'서 생동감있는 연기 갈채
기사입력 2000년 01월 31일 14시 55분
바닷내음을 흠뻑 느낄 수 있는 연극 한편이 시선을 모으고 있다. 서울 대학로 동숭아트센터 소극장에서 공연중인 극단 예삶의 `홍어'(김태수 작, 송미숙 연출). 그러나 그 내음은 여름 휴양지의 싱그러움은 아니다. 낙지처럼 꿈틀대는 짜디 짠 욕망의 냄새다.
주인공 `영선'을 맡은 연극배우 정재은은 주목받는 젊은 단체인 떼아뜨르 노리의 창단멤버. 지난해 예술의전당에서 `파티'를 공연할 때 연출을 맡은 이성열씨가 "도시처녀보다는 갯벌아낙이 어울리겠다"는 칭찬(?)을 했는데 말이 씨가 됐다며 멋적게 웃는다.
"토속적인 작품은 처음이라 색다른 느낌이에요. 춤도 추고 굿도 하다보면 1시간30분이 금방 가버려요."
어촌처녀 `명순'은 서울에서 일류대학을 다니는 형욱의 꼬임에 빠져 순수하게 자신을 사랑하는 명구를 뿌리친다. 형욱에게 몸까지 허락하지만 그는 서울로 떠나버리고, 명구와 다툼을 하다 그만 사고로 세상을 떠난다.
"현실적인 면도 있지만 순박하고 명랑한 여자예요. 순수한 사랑을 보지 못하는 점은 안타깝지만 현실도피와 허영 또한 인간의 욕망이 아닌가 싶어요."
사정없이 낙지를 주물러야 하는가 하면, 정사장면도 두번씩이나 있고, 1인2역으로 `해신녀(海神女)'까지 맡아 공연이 끝나고 나면 온몸에서 힘이 쫙 빠져나가지만 열심히 박수를 쳐주는 관객들을 보면 힘이 난다. 특히 장애인을 위해 무료로 펼치는 목요일 낮공연(오후4시) 때면 반응이 직접적이고 투명해 연기한 보람을 느낀다고.
2월27일까지. (02)764-5087 [김형중 기자 hkim＠sports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