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노트] 보스턴 이상훈 '아름다운 자린고비'
기사입력 2000년 01월 31일 13시 41분
`한국판 스쿠루지'.
보스턴 이상훈(29)은 `짠돌이'다. 궁색하게 보일 정도로 수선을 떨진 않지만 적어도 허투루 돈을 쓰는 법이 없다.
이상훈은 훈련을 쉰 31일(이하 한국시간) 캐주얼 의류를 사기위해 모처럼 포트마이어스 시내로 쇼핑을 나갔다. 유명 브랜드를 취급하는 백화점쪽엔 눈길도 주지 않던 이상훈이 발걸음을 딱 멈춰선 곳은 대형 할인매장앞. `재고 처리, 50% 할인'이란 사인판이 큼지막하게 붙어있었다.
눈을 반짝거리며 이것저것 옷가지를 들춰본지 10여분이 흘렀을까. 이상훈은 빈손으로 매장밖을 나섰다. "세탁 몇번 하면 금방 줄어들 것 같아요. 이런 옷은 오래 못 입어요." 결국 이날 쇼핑은 실패.
숙소로 돌아온 이상훈은 묵은 빨래감을 꺼내놨다. 호텔측에 세탁 서비스를 부탁하려나 짐작했지만 뜻밖에도 이상훈이 찾아간 곳은 동전 세탁소. "동전세탁은 1달러 75센트면 되지만 호텔직원에게 맡기면 (비용이) 그 열배는 더 들어요." 이상훈은 이날 직접 빨래감을 세탁기에 집어넣고 말렸다.
최근 보스턴 외곽지역에 가족과 함께 살 보금자리를 점찍어 놓은 이상훈은 집을 구하는데 있어서도 `구두쇠'의 면모를 유감없이 발휘했다. 집값이 외곽에 비해 1.5배나 비싼 시내지역과 가구가 딸린 집은 사절. 대형 가전제품과 가구는 모두 임대해 쓰기로 했다.
주위에서는 이상훈의 이런 알뜰함에 대해 "홀어머니를 모시고 어린시절부터 어렵게 살아오면서 절약정신이 자연스레 몸에 뱄기 때문"이라고 풀이하기도 한다.
이상훈은 보스턴과 3년간 최고 855만달러(약 100억원)에 계약했다.
[포트마이어스(미국 플로리다주)＝김우석 기자 kwooseok＠sports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