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현-김동주] 어제는 적…오늘은 동지
기사입력 2000년 01월 31일 13시 41분
"이젠 라이벌이 아니라 동지(同志)입니다."
두산 김동주(24)와 LG 김재현(25).
얼마전까지만해도 만나기만하면 으르렁대며 불꽃을 튀기던 두 사람이 선수협 출범 후 가장 친하고 죽이 잘 맞는 동지로 변신해 화제다.
선수협 창립 멤버인 이들은 밥도 함께 먹고, 사우나를 가도 같이 간다.
선수협 지지서명운동에는 피켓을 들고 나란히 서고, 선수협 대책회의때도 서로를 적극적으로 지지해준다.
초등학교때부터 운명적 라이벌 관계를 맺어온 두 사람은 90년대 초반 고교야구 양대산맥이었던 신일고(김재현) 배명고(김동주)의 강타자였다.
당시 동대문구장에서 둘은 만났다하면 상대팀 마운드를 난타했다.
그 후 김동주는 두산, 김재현은 LG에 입단해 죽기 살기로 불방망이 대결을 벌이는 `서울 라이벌'로 발전했다.
고교 졸업 후 94년 곧바로 프로에 뛰어든 김재현은 그해 신인 최초 20@20클럽 달성과 함께 팀 우승에 한몫 하며 승승장구, 대학 졸업 후 98년 입단한 김동주를 앞서나가는 듯했다.
그러나 김동주가 프로에 적응하면서 둘 사이는 다시 균형이 잡혔다.
지난해에는 김동주가 22개, 김재현이 21개의 홈런을 날렸다.
사진기자들을 위해 몇차례 어깨를 걸고 포즈를 취한 적이 있지만 마음속 깊은 곳에 자리잡은 경쟁심까지 감추지는 못했다.
그러나 선수협을 깨려는 공동의 적(敵)을 상대해야하는 요즘은 단짝도 그런 단짝이 없다.
"이렇게 오랫동안 함께 있어본 적이 없다"고 할만큼 아예 껌처럼 붙어다니고, 피곤한 서로의 어깨를 두드리며 진심 어린 위로와 격려를 보내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그러나 팬들이 진정으로 보고 싶어하는 것은 프로야구의 위기가 하루빨리 극복되고 둘이 그라운드에서 선의의 경쟁을 펼치는 모습일 것이다.
[송철웅 기자 simba＠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