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민태-이승엽] 이판에 돈은 무슨… 최고연봉 냉가슴
기사입력 2000년 01월 31일 13시 27분
불길이 치솟던 올시즌 최고연봉 싸움이 선수협 파동에 싸늘하게 식었다.
얼마전까지 서로 엄지손가락을 곧추세웠던 삼성 이승엽(24)과 현대 정민태(30)의 연봉 지존대결은 사실상 물건너갔다. 선수협과 담을 쌓는 바람에 팬들의 비난이 거세 입도 뻥긋하지 못한채 정민태는 지난달 25일, 이승엽은 31일 각각 미국 전지훈련을 떠났다.
연봉협상을 매듭짓지 않은 상태에서의 전지훈련 참가는 이례적이지만 최고연봉은 안중에도 없을 만큼 지금은 위기상황이다. 하루라도 빨리 어수선한 국내를 떠나는 것이 상책.
삼성과 현대의 선수협을 지지하는 팬들로부터 집중타를 얻어맞고 있는 이들과의 연봉협상은 활활 타오르는 불섶에 기름을 붓는 꼴이 될 게 뻔해 이미 판을 걷었다.
돌발변수가 생기면서 애가 타는 쪽은 구단보다 목소리가 컸던 이승엽과 정민태. 마음같아선 자기주장을 고집하고 싶지만 구단과 마찰을 일으키는 모습을 보일 경우 사태를 더 악화시킬 수 있다는데 고민이 있다.
이승엽은 당초 4억원 이상을 염두에 뒀었다. 이승엽의 99연봉은 1억1000만원(보너스 1000만원 별도). 지난해 1억5200만원을 받았던 정민태는 선수협 파동이 터지기 전까지 일본진출이 무산된데 따른 위로금을 포함해 5억원을 요구해왔다.
그러나 손발이 묶인 만큼 별 저항없이 구단 제시액을 받아들일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구단의 배려가 뒤따른다면 그나마 다행이지만 구단이 상황논리를 앞세워 압박한다면 꼼짝없이 두손을 들 처지다. 이럴 경우 울며겨자먹기식으로 3억원을 밑도는 계약서에 사인하는 상황도 배제할 수 없다.
작심했던 연봉협상까지 꽁꽁 묶어놓은 선수협을 생각하면 이래저래 가슴아플수밖에 없는 이승엽과 정민태다.
[권정식 기자 jskwon＠sports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