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증권CF] '서산대사 한시' 뜻밖 히트
기사입력 2000년 01월 30일 15시 12분
이헌재 재정경제부장관이 지난 14일 금융감독위원장 이임식에서 눈물을 글썽이며 서산대사의 시 한수를 읊었다는 뉴스를 접한 광고대행사 오리콤 직원들은 만세를 불렀다.
이 전 위원장이 인용한 서산대사의 한시는 `답설야중거(눈 덮인 광야를 걸어갈 때는), 불수호란행(이리저리 함부로 걷지 말라), 금일아행적(오늘 내가 남긴 발자국은), 수작후인정(반드시 뒷사람의 길이 되리니)'라는 것이었다. 시를 빗대 직원들의 소명의식을 당부했던 것일 터.
그건 그렇고 이 소식을 접한 오리콤 직원들은 왜 쾌재를 불렀던 것일까.
오리콤은 이임식 바로 이틀전인 12일부터 대우증권의 새 CF를 선보이고 있었다. 이런 우연이 또 있을까. CF는 바로 사명대사의 한시를 인용한 것이었다.
오리콤은 당초 `길을 아는 사람들'이란 컨셉트로 광고를 준비해왔다. 직원들은 이 과정에서 서산대사의 한시를 발견했고 광고에 인용하기로 했다. `대우증권이 투자의 큰 길을 제시한다'는 간접적 메시지였다.
오리콤의 남지연 차장은 "CF를 본 시청자들의 문의전화가 하루 수십여 통에 이른다"고 귀띔했다. 문의내용 가운데는 `이 전 위원장이 시를 썼느냐'라는 것도 적지 않다고 한다.
[이승호 기자 letitbe@sports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