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수첩] 이치로-오릭스 구단 '올림픽 손익 계산서'
기사입력 2000년 01월 30일 14시 09분
"메달에 관심이 없다."
그동안 침묵을 지켜오던 `야구 천재' 이치로(27·오릭스)가 29일 2000년 시드니올림픽 불참 선언을 했다.
반응은 의외로 조용하다.
한국의 `국민 타자' 이승엽(삼성)이 똑같은 얘기를 했다면 어땠을까?
일본 언론들은 "올림픽은 하고 싶어하는 선수들 자신의 의지가 중요하다"며 오히려 이치로의 결심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이치로는 지난해 9월 개인 기록 달성을 이유로 서울에서 열린 올림픽 예선에도 참가하지 않았고 보란듯이 6년 연속 퍼시픽리그 타격왕이라는 불멸의 대기록을 수립했다.
일본의 프로야구 선수들은 대부분 올림픽에서의 메달 획득을 중,고교 학창시절의 꿈 정도로 치부한다.
물론 애국심에 불타는 프로야구선수회 회장 후루타(야쿠르트) 등 예외가 있긴 하지만.
서울 예선 멤버였던 오릭스의 투수 가와고에는 최근 "어려서부터 올림픽에 나가보고 싶었다. 서울에서의 경험에 만족한다"며 본선 대회의 의미를 격하시켰다.
가와고에가 용감하게 입을 열자 오릭스의 주전 대부분은 올림픽에 흥미가 없다며 집단으로 출전 거부 의사를 밝히기도 했다.
선수들의 생각과는 달리 오릭스가 속한 퍼시픽리그 구단의 분위기는 올림픽에 무척 적극적이다.
퍼시픽리그는 지난 29일 올림픽이 열리는 오는 9월의 경기수를 대폭 줄인 새로운 페넌트레이스 일정을 발표하기도 했다.
오릭스에서는 오기 감독을 비롯한 코칭스태프와 구단 관계자들이 발벗고 나서 이치로에게 올림픽 참가 압력을 넣고 있다.
왜일까?
요미우리, 한신, 주니치 등이 포진한 센트럴리그에 비해 훨씬 낮은 팬들의 인기를 올림픽을 계기로 끌어 올려보려는 속셈이 있다.
더욱이 퍼시픽리그 세이부의 `괴물 투수' 마쓰자카 카드가 있기 때문에 팬들의 시선을 모을 수 있는 절호의 찬스다.
이에대해 이치로를 비롯한 스타 플레이어들은 "억지는 안된다"며 요지부동이다.
올핌픽보다 페넌트레이스, 번쩍거리는 메달보다 팬들의 환호성을 더욱 중시하는 일본이다.
[양정석 기자 js2000＠nuri.net]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