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O-선수협] 첫만남…이견 못접혔지만 해빙무드 조성
기사입력 2000년 01월 30일 14시 03분
한치의 양보없이 이마를 맞대고 있던 KBO와 프로야구선수협의회(이하 선수협)가 드디어 대화를 시작했다.
29일 밤 10시 서울 도곡동 야구회관에서 만난 양측은 2시간동안 치열한 입씨름을 벌였다. 일구회 하일성 해설위원이 중재한 이 자리에는 KBO 이상국사무총장과, 선수협 송진우(한화) 마해영(롯데) 강병규(두산)가 나섰다.
모처럼 대화의 물꼬를 텄지만, 얘기는 2시간 내내 겉돌았다. "선수단체의 존재를 인정하겠다"는 이총장의 말에 선수협측은 크게 고무됐지만, "대신 현 선수협과 대표부를 해체하고, 8개구단 상조회를 중심으로 선수협 멤버까지 아우르는 새 선수단체를 구성해야한다"는 토를 달아 대화는 더이상 진전되지 않았다.
"선수협과 상조회는 성격이 완전히 다른 조직"이라고 강조한 선수협은 "선수단체를 인정하겠다는 말이 기존 상조회의 연합을 용인한다는 수준이라면 그럴듯한 말로 생색이나 내려는 것"이라고 반발했다. 얘기가 되풀이되자 선수협 회장 송진우는 "일단 선수협 활동을 유보한뒤 전훈을 떠난 8개구단 선수들이 다시 모이면 선수협 찬반투표를 실시하고, 새 대표부를 선출해 구성하겠다"고 한발짝 양보했으나 이총장은 타협안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첫 대화는 큰 소득이 없었지만, 양측은 31일 오후 두번째 회동을 약속해 본격적인 대화국면을 열었다. KBO는 31일 오전 이사회를 열어 입장을 조율한뒤 다음 만남에서는 새 협상카드를 들고나올 전망이다.
이총장은 "서로의 입장을 교환했고 계속 대화하기로 했다"며 첫 만남의 의미를 정리했다. 선수협 대변인 강병규는 "협상안을 주고받는 대화를 기대했는데 이총장이 결정권있는 응대를 하지못했다"며 다음 대화의 KBO측 파트너는 결정권을 위임받고 책임있는 대화에 나서줄 것을 요구했다.
[이승민 기자 cjminnie＠sports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