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O-선수협] 급박한 사정 때문에 이루어진 만남
기사입력 2000년 01월 30일 14시 03분
KBO와 선수협의 만남은 서로의 급박한 사정 때문에 이뤄졌다.
KBO는 시민단체와 각 정당이 뛰어드는 게 불안하고, 선수협은 전구단이 해외전훈을 떠나 더 이상 `세불리기'를 할 수 없어 와해의 위기감까지 느끼고 있는 상황이다.
KBO는 지난 28일만 해도 초강수로 이탈자가 느는 선수협을 압박, 조기에 `KO승'을 이끌어낸다는 계획이었다.
그러나 29일 새벽에 쌍방울 선수들이 선수협 잔류를 선언하고 사회 단체들의 움직임도 심상치 않자 `판정'까지 염두에 둔 작전으로 선회한 것.
KBO로서는 대화를 촉구하며 압박해온 경실련, 선수협에게 법률자문을 해주는 민변과 지지서명운동 등의 행동에 나선 참여연대 등 시민단체들이 눈엣가시다.
여기에 총선을 의식, 앞다퉈 관심을 표명하는 새천년민주당 한나라당 자민련 등 각 정당도 우군이 아닐게 뻔해 화해 제스처를 취하지 않을 수 없는 입장이다.
급하기는 선수협도 마찬가지.
가두서명 운동과 팬사인회 등으로 국민적 관심을 유도하지만 성과가 미진하고, 각 구단 선수들이 모두 해외전훈을 떠나 새로운 가입자를 받기가 어렵다. 또 활동비 마련도 쉽지 않고 집행부만의 외로운 장기투쟁도 한계가 있어 국면전환의 필요성을 절감하고 있다.
선수협이 실체를 인정하면 대표성에 대해 생각할 수 있다는 유연성을 보이는 것도 전훈지에서 선수들이 돌아오는 3월까지 시간을 벌자는 계산도 있다.
그러나 KBO는 시민단체와 각 정당의 화살만 피하면 `KO승'도 가능하다는 판단을 하고 있어 합의점 도달은 쉽지 않을 전망이다.
양측은 31일 만남에서는 실질적인 협상과 함께 상황판단과 상대에게 일격을 가하기 위한 시간벌기를 병행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상주 기자 sjlee＠sports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