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선수협 지지 서명, 뜨거운 시민 참여
기사입력 2000년 01월 30일 14시 03분
"이달 월급을 보내드립니다. 선수 여러분, 힘내세요!"
서울 반포동 선수협 사무실에 도착한 눈물 나는 격려편지. 한달 월급이라는 말에 잔뜩 긴장한 선수들이 조마조마하게 열어본 봉투속에는 달랑 1만600원이 들었다. 팬은 군인. "보너스 있는 달에 보내시지…." 현역출신 LG 김혁섭의 농담에 선수들은 까르르 웃고만다.
"열숟가락 모여 밥한그릇 된다는 말이 절절합니다." 회장 송진우의 감동. 한명 한명 팬들의 작은 사랑과 응원이 만들어내는 힘이 그만큼 크고 굳세다.
지원단의 이름으로 뭉쳐 선수협의 궂은 일을 도맡는 자원봉사자들은 가입선수보다 많은 50∼60명선. 대부분 학생과 젊은 직장인인 이들은 29일 오전 KBO사무실 앞에서 항의시위를 벌였고, 오후에는 서울 강남역앞 두곳에서 길거리 시민들을 상대로 지지서명 운동을 이끌었다. 추위속에 걸음을 재촉하는 행인들을 붙들고 2시간여만에 3555명의 서명을 받아냈다.
선수협 모금 구좌는 쏟아지는 팬사랑을 확인하는 장소. 한명당 입금액은 크지 않지만 총액은 제법이다. 28일 하루에만 600여만원이 모였다. "농협이나 수협에도 구좌를 만들어달라"는 지방팬들의 전화가 득달같다. 어린이팬들이 사연 빼곡한 팬레터에 만원짜리 한두장을 포개 보내는 흰봉투는 `과연 받아도 되는지' 선수들을 문득문득 곤란하게 한다.
수백만원대 새 복사기를 덜컥 보내온 팬이 있다. 팩스 컴퓨터 전화기도 팬들이 제집에서 한두개씩 들고왔다. 곳곳의 시민단체를 방문할때 선수협 대표들은 지하철과 택시를 탄다. 수많은 택시기사 아저씨들이 요금을 받지 않는다. "팬들은 선수들보다 용기있습니다. 정말 프로야구를 사랑해줍니다." 강병규가 뭉클하게 내놓는 감사인사다.
[이승민 기자 cjminnie＠sports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