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석] '눈가리고 아웅'식 보도자제 요청
기사입력 2000년 01월 28일 23시 35분
대한축구협회는 28일 오후 각 언론사에 보도자료를 보냈다.
"북중미 골드컵대회에 출전하는 최종 엔트리 18명이 확정됐지만 이날 울산 합숙훈련에 참가한 선수는 26명이어서 최종 엔트리 명단이 공개될 경우 훈련에 애로가 예상된다"는 내용이었다. 뒷부분엔 "8일 출국전까지 최종 엔트리와 관련한 보도를 자제해 줄 것을 요청한다"는 당부도 덧붙였다.
기자는 이런 보도자료를 내야 했던 축구협회의 입장을 충분히 이해한다.
최종 엔트리 명단이 밝혀질 경우 여기서 제외된 선수들의 사기가 떨어져 훈련 효과가 반감될 것이란 우려 때문일 것이다. 분명 의도는 좋았다.
하지만 방법이 이해가 가지 않는다.
단순히 언론사의 `입'만 막아서 최종 엔트리 명단을 숨길 수 있을까.
흔히 요즘 젊은이를 일컬어 `N(Network)세대'라 부른다. 컴퓨터를 통해 통신은 물론 정보를 교환하고 심지어 이성간의 사랑까지 만들어 내기 때문이다.
컴퓨터를 조금만 다룰 줄 아는 사람이라면 인터넷을 통해 곧바로 지구 반대편서 일어나는 일을 낱낱이 알수 있다. 또 열성 축구팬들의 경우 매일 유럽서 벌어지는 주요 프로리그 경기의 결과를 체크, PC통신이나 인터넷 등을 통해 정보를 공유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런 상황에서 축구팬이 `마음 먹고' 골드컵대회 주최측에 접근한다면 18명의 명단을 입수하는 건 그야말로 `식은 죽 먹기'인 것이다. 더욱이 이를 컴퓨터 통신망에 올릴 경우 엔트리 명단이 알려지는 것 또한 순식간일 것이다.
축구협회가 이런 열성 네티즌들에게도 일일이 협조 공문을 보낼지 궁금하다.
[서태원 기자 waki＠sports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