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사랑찬호] (12) 광속구 반한 단장 재계약 서둘러
기사입력 2000년 01월 28일 13시 54분
98년 2월말 플로리다주 베로비치에서 시작된 프레드 클러어 단장과의 첫번째 협상이 무산된 후 나는 클레어 단장의 일거수 일투족을 유심히 관찰했다.
당시 찬호의 재계약은 한국 특파원들은 물론 미국 기자들에게도 상당히 큰 관심사였다.
클레어 단장은 찬호가 불펜에서 공을 던지는 것까지 빠지지 않고 관찰하고 있었다.
나는 찬호에게 "협상이 계속되고 있으며, 클레어 단장도 주의깊게 보고 있으니 계속 열심히 하라"고만 이야기해 주었다.
클레어 단장과의 두번째 협상도 나의 2년간 370만달러 요구에 단장은 250만달러를 제시해 흐지부지 되고 말았다.
그 다음날은 비가 와서 찬호가 실내에서 공을 던졌는데 그것을 지켜보는 클레어 단장이 상당히 흐뭇해하는 것을 나는 놓치지 않았다.
그날 찬호의 공 스피드가 시속 153㎞ 이상 나왔던 것이다.
다음날 다시 만나 이제는 결정을 짓자고 다그치자 그는 LA로 전화를 걸어 샘 페르난데스 고문 변호사와 함께 3명이 최종 협상에 들어갔다.
나는 아무것도 모르는척 하면서 97년에 노모와 똑같이 14승을 했으니 같은 조건으로 계약을 해달라고 우겼고, 다저스측은 여전히 비교 대상이 틀렸다며 스티브 트락셀, 호세 리마 등 당시 찬호와 비슷한 경력의 선수들과만 비교를 하려고 들었다.
구단에서는 찬호가 96년에 5승밖에 없는데 어떻게 같은 해 16승의 노모나 15승의 발데스와 비교를 하느냐고 주장했고, 나는 찬호도 선발만 시켜주었으면 그 정도는 충분히 했다고 주장했다.
그러자 구단측은 찬호가 실력이 모자랐으니 불펜에 있었지 그것이 구단의 잘못이냐고 다시 반박하는 식으로 설전은 계속됐다.
결국 밀고 당기다가 300만달러선은 주겠다는 말이 나왔다.
그나마 클레어 단장이 300만달러를 제시하자 페르난데스 변호사는 절대 안되는 이야기라며 둘이 말다툼을 벌이기까지 했다.
페르난데스 변호사도 결국은 찬호의 잠재력에 보너스 점수를 주겠다며 동의를 했는데 이번에는 2년 연봉을 어떻게 나누느냐가 문제였다.
나는 90만달러와 210만달러를 요구했는데 클레어단장은 다른 선수들과의 형평성도 있으니 98년에 70만달러, 99년에 230만달러를 하자고 제의했다.
같은 돈을 주면서도 첫해 연봉을 70만달러대로 낮춰 다른 선수들을 자극하지 않겠다는 구단의 뜻이기에 따르기로했다.
결국 이야기를 시작한지 두달만에 찬호의 첫번째 연봉 계약은 성공적으로 끝났다.
미국 기자들도 찬호에게 축하의 말을 건넸고, 찬호는 "힘들게 여기까지 왔다. 아주 행복한 날이다"라며 기쁨을 전했다.
일단 계약을 끝내자 클레어 단장은 기자들의 질문에 "찬호가 불펜에서 150㎞의 강속구를 뿌려대는 것을 보고 빨리 계약을 하기로 결심했다"고 말했고 내가 곁에서 "난 그런 줄도 몰랐는데"라며 능청을 떨자 웃음 바다가 되기도 했다.
찬호가 평균 연봉 100만달러대 선수가 되는 순간이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