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임권택-이태원-정일성 꿈을 찍는 '충무로 3인조'
기사입력 2000년 01월 27일 14시 46분
영화 `춘향뎐'의 태흥영화사 이태원 사장, 임권택 감독, 정일성 촬영감독.
사람들은 이들 `3인방'을 진정한 드림팀이라고 부른다. 이들은 90년대 최고의 걸작으로 불리는 `서편제'(1993년)를 만들어냈다.
3인 공조체제가 처음 시작된 것은 1984년. 이태원 사장은 당시를 이렇게 회상한다. "그때도 임권택 감독이라고 하면 돈을 대겠다는 제작자가 줄을 섰는데, 고맙게도 나를 찾아와서 영화를 같이 하자고 했어요. 임감독이 정말 대단한 사람인게, 당시에 벌써 세계에 내놓을 작품을 만들어보자는 제안을 했어요."
그때 이들이 처음으로 호흡을 맞춘 영화가 `비구니'였다. 필름을 2만자나 쓰면서 촬영을 진행하다가 외부의 입김에 의해 제작중단 사태가 벌어졌다. 이들은 그것을 `엄청난 충격'이라고 했지만, 곧 충격을 딛고 일어섰다.
1990년대 초반 이들은 한국영화 흥행의 역사를 다시 썼다. 3편까지 나온 `장군의 아들' 시리즈가 그것이다.
`장군의 아들'은 이사장이 "대중들의 마음을 시원하게 뚫어줄 영화를 만들자"고 제안해 시작된 것인데, 아이러니컬하게도 이 부분에 대해 이사장은 임감독에게 "아직도 몹시 미안한 마음"이라고 한다.
"`장군의 아들' 시리즈가 잘되다 보니까 3년이란 세월이 훌쩍 지나갔어요. 제작자로선 임감독에게 고마울 따름이었지만, 한편으론 대중영화에 치중하다보니 세계 영화제에 내놓을 작품을 만드는 게 늦춰진 꼴이 됐죠."(이태원 사장)
이번 `춘향뎐'이 `서편제'를 할 당시부터 세사람의 머릿속에 있었던 작품이란 건 잘 알려진 사실. 그래서 지난해 `춘향뎐'을 시작할 때는 몇마디 대화로 모든 게 끝이었다.
이사장이 "임감독, 이번엔 뭐할거요"라고 물었고, 임감독이 "`춘향뎐'을 할려고 합니다"라고 했다. 이사장이 "촬영은요?"라고 묻자, 임감독이 "정일성 촬영감독입니다"라고 했고, 이사장은 "알았습니다"라고 말했다는 것.
"내가 제의한 것을 선뜻 들어준다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닐 뿐 아니라, 이사장은 제작과정에서도 간섭이 없어요. 감독으로선 이처럼 좋은 제작자를 만나기가 힘들죠."(임권택 감독)
"사람이 물론 성격이 같을 수는 없겠죠. 하지만 우리 세사람은 세상을 바라보는 눈이 비슷해요. 어딜 가서 작품을 하든 두분과 항상 같이 있다는 느낌이에요."(정일성 촬영감독)
과연 이들이 `춘향뎐'을 통해 한국영화가 한번 넘어보지 못한 칸 영화제 본선진출 등 오랜 숙원을 풀어낼 것인가. `세계에 감동을 주는 한국작품을 내놓자'고 뭉친 이들. 29일 개봉을 앞두고, 최근 시사회에서 호평이 쏟아질 때마다 이들은 서로 말은 안해도 의미있는 눈빛을 교환하고 있다.
[안영준 기자 june＠sports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