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화제] 상식파괴 패션광고 베네통 '이번엔 사형수'
기사입력 2000년 01월 27일 14시 17분
`패션광고와 사형'.
이 어울리지 않는 조합이 베네통에 의해 이뤄졌다.
사회적 금기를 넘나드는 파격적인 테마와 이미지를 활용한 광고로 논란을 일으켜온 의류업체 베네통이 `사형제도'를 새천년의 화두로 던졌다.
베네통은 최근 사형수들의 초상을 담은 `우리는 사선(死線)에 서 있다'는 제목의 카탈로그를 발표, 2000년 봄-여름을 위한 광고캠페인에 들어갔다.
베네통의 전속 사진작가 올리베이로 토스카니는 지난 2년간 미국내 교도소를 방문, 사형수들의 사진을 찍었고 `뉴스위크'의 프리랜서 캔 슐만은 이들을 직접 인터뷰해 카탈로그에 실었다.
`나는 아직 죽을 준비가 돼 있지 않다', `많은 사람들은 타인의 고통과 죽음을 즐긴다'는 메시지로 시작해 `우리는 아직도 감정을 가진 인간이다'로 끝맺는 이 카탈로그에는 다양한 사형수들의 초상이 실려있다.
흑인이 있는가 하면 백인도 있고, 남자들이 나오는가 하면 여자들도 있다. 젊은이들부터 노인까지 연령도 가리지 않았다. 또 성경과 평화의 이미지부터 죽음과 절망의 표정까지 놓치지 않았다.
베네통측은 지난해에만 미국내에서 100여건의 사형이 집행됐다는 변호사 스피디 라이스의 보고서를 인용하며 `사형수들이 클릭 한 번으로 죽일 수 있는 비디오게임의 캐릭터가 아니라 피와 살을 가진 우리와 똑같은 인간임을 보여주기 위해' 이 테마를 끌어 들였다고 주장했다.
지난 90년대 내내 `수녀와 신부의 키스', 동성애, 에이즈, 콘돔, 출산, 전쟁 등을 소재로 한 광고로 충격을 던져왔던 베네통이 이번엔 `사형'이란 주제로 어떤 논쟁을 이끌어 낼지 세계 광고계가 주목하고 있다.
[이형석 기자 evol9099＠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