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파워] N세대 새로운 문화 언어 '퓨전'
기사입력 2000년 01월 27일 14시 00분
`퓨전'(fusion)이 N세대의 새로운 문화적 언어로 등장했다.
`이질적인 것들의 뒤섞임, 조합, 조화'를 뜻하는 퓨전은 원래 막다른 골목에 이른 각 장르에서 자신을 해체하고 다른 것과 합쳐지면서 대안을 모색하는 예술의 한 경향을 가리키는 말.
동양과 서양과 만나기도 하고, 음악과 미술이 어울린 자리에 연극적인 퍼포먼스가 행해지기도 한다. 국내에서 국악과 서양음악이 섞이기 시작한 건 벌써 익숙한 일이 돼 버렸다.
이런 문화적 경향이 이제는 N세대의 보편적인 생활태도로까지 확산되고 있다. N세대들은 한식, 양식, 중식 가릴 것 없이 이들이 모두 어울린 퓨전레스토랑에서 `퓨전푸드'를 먹고, 동@서양을 가릴 수 없는 국적불명의 이미지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인다.
이는 인터넷과 컴퓨터에 익숙한 N세대들이 사이버공간에서 다양한 문화체험을 했기 때문이다. 인터넷상이라면 지구 어느 곳이든 찾아갈 수 있고, 전통과 현대를 동시에 만날 수 있다. 클릭 한 번에 전혀 다른 공간으로, 전혀 다른 시간대로 이동할 수 있는 것.
N세대의 우상으로 등장한 이정현을 보면 이런 `퓨전'감각이 잘 드러난다. `와'는 최첨단이라는 테크노음악에 국악을 버무렸고, 뮤직비디오에선 사이보그의 기계적인 이미지가 등장하는가 하면 동양의 전통적인 의상과 소품이 신비로움을 자아내기도 한다.
X세대의 영혼을 사로잡았던 서태지와 아이들이 `하여가'에서 일부 국악과 메탈@랩의 접목을 시도한 것을 넘어서는 적극적인 `퓨전'현상이다.
이를 80년대말에서 90년대초 대학에 입학한 X세대가 과거의 것들을 부정하고 해체시킨 비주류, 아웃사이더들에게 붙여진 이름이었다면, N세대는 세기말과 세기초에 새로운 대안을 창조하려는 주류이기 때문이라고 보는 시각들이 많다. `반항과 해체, 파괴'를 넘어선 `창조'의 움직임이라는 것.
장르의 벽을 허물고 가로막혔던 전통과 현대, 동양과 서양의 길을 트려는 이러한 움직임은 지난 22일 국립극장에서 열렸던 새로운 예술의 해 개막행사의 주제이기도 했다. 그건 디지털@사이버문명 속에 자라난 N세대들을 차세대 문화의 주인공으로 선언한 자리나 마찬가지였다.
[이형석 기자 evol9099＠sports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