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park] 진부한 각본 '뻔하다 뻔해'
기사입력 2000년 01월 27일 14시 00분
어쩌면 대한민국 TV 드라마는 딱 한가지 아닐까. 착한 여자, 악한 여자, 멋진 남자 세명이면 캐스팅이 끝난다.
착한 여자는 별볼 일 없지만 천사다. 청순가련형이면 금상첨화다.
악한 여자는 부잣집 딸이다. 패션과 메이크업이 요란해야 한다. 대개 안하무인이다.
이제 멋진 남자의 프로필. 부잣집 아들이고 미남이다. 터프하거나 매너 좋은 매력남이다.
1남2녀는 삼각관계라는 각본을 따라간다.
멋진 남자는 처음 악한 여자와 사귀다 착한 여자를 발견하고 진로를 바꾼다. 신기하게도 착한 여자는 악한 여자와 친구인 경우가 많다. 악한 여자는 온갖 술수를 부려 선남선녀의 만남을 방해한다. 시청자들의 애가 탈수록 시청률도 올라간다.
드라마가 어느 정도 진행되면 착한 여자는 멋진 남자와의 사랑을 이룬다. 그러나 휘파람을 불면 안된다. 끝까지 착해야 하니까.
반면 악한 여자는 막판에 `개피'보게 돼있다. 자신이 깔아놓았던 함정은 백일하게 공개되고 남자는 그녀를 떠난다. 그녀의 몰락이 극적일수록 시청률도 올라간다.
MBC 수 목 드라마 `진실'(극본 김인영, 연출 장두익)은 이런 드라마의 전형이다.
이 드라마의 1남2녀는 귀공자 류시원, 착한 여자 최지우, 악한 여자 박선영이다. 류시원은 매력적인 재벌 2세, 박선영은 국회의원의 장녀, 최지우는 의원 운전기사의 딸이다.
다음 회에는 무슨 얘기가 나올까 조바심치고 싶은데, 이미 내용을 뻔히 알고 있으니 재미가 무덤덤이다.
이게 이 드라마의 `진실'이다. 게다가 귀공자와 착한 여자의 연기마저 엉망이다. 그나마 악녀 때문에 본다.
[이승호 기자 letitbe@sports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