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목뉴스] 김문환 '뭉칫돈 들고 나와 소주한잔 하죠'
기사입력 2000년 01월 27일 14시 00분
만화가들의 돈 씀씀이는 정말 각양각색이다. 기분 내키는 대로 쓰기도 하고,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계산적이기도 하다. 마흔 살이나 돼서, 인사치레 돈을 써야할 지 말아야 할 지 스스럼없이 묻기도 한다. 그것도 당사자에게. 그만큼 사회 생활에 익숙하지 않고, 순수하다는 뜻이다.
또 만화가들은 철저히 현금주의자들이다. 같은 액수의 돈이라도 수표는 돈으로 여기지 않는 경향이 있다. 아직도 원고료나 인세를 부피 많은 현금으로 주었을 때 더 즐거워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리고 대인관계에 익숙하지 않기 때문에 사람을 만나 어떻게 처신해야 하는 지도 잘 모른다. 인기작가 김모씨의 경우, 10년이 넘도록 편집자나 동료들에게 술 한 잔 안사고 얻어먹기만 한다.
한번은 국내에서 가장 비싼 원고료를 받는 작가에게 소주 한 잔 하자는 말을 건넸다가 곤욕을 치른 적이 있다. 그가 어느 날 저녁 불쑥 찾아왔다. 술 한 잔 하자는 것이었다. 그러더니 안쪽 호주머니에서 1만원권 지폐를 한 움큼 넘게 꺼냈다. '이만하면 충분하지 않겠느냐'는 표정이었다.
그런데 그날 밤 사고가 났다. 전날 밤샘을 한 작가는 몇잔 술에 취해 계단에서 굴러, 팔다리를 크게 다쳤다. 게다가 귀가하는 길에 전철에서 잠이 들어 외박했고, 거액의 현금을 도난당했다.
이처럼 소주 한 잔 하는데 손가방에 현금뭉치를 들고 나오는 작가는 요즘도 있다. 소주값이 얼마인지 몰라 하는 행동이라 실소를 금하지 못한다.
거창하게 술을 사겠다고 해서 나가보면 달랑 오천원을 갖고 나오는 사람도 있다. 그리고 필자가 도착하기도 전에 술값을 오버해 놓고는 '어쩌죠' 하며 애교스럽게 주머니를 터는 경우도 흔하다. ['영점프' 편집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