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선수매수설…5억 파문
기사입력 2000년 01월 27일 11시 47분
재벌구단 현대가 선수협 결성과 관련해 소속 선수들에게 거액의 현금을 내걸었던 사실이 밝혀져 충격을 주고 있다.
현대구단은 지난 22일 한국프로야구선수협의회(선수협) 창립총회가 열리기 직전 경기도 원당구장에서 선수들과 개별면담을 하면서 모선수를 통해 선수협에 가입하지 않는 조건으로 현금 5억원을 제시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 자리에는 강명구 사장, 김용휘 단장 등 구단 고위관계자와 1,2군 선수 전원이 참석했다.
선수들은 즉각 거부의사를 나타내 실제 `거래'가 이뤄지지는 않았지만 22일 새벽 있었던 창립총회에서 현대 선수들 전원이 집단 퇴장, 구단의 입김이 작용하지 않았나 하는 의구심을 자아냈다.
현대의 한 선수는 "구단에서 5억원을 줄테니 선수협에 들지 말라고 회유했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돈 얼마와 양심을 바꿀 수 없다는 생각에 그 자리에서 거절했다"고 솔직하게 털어놨다.
현대선수들은 이튿날인 23일 1,2군 42명이 무더기로 선수협에 가입, 구단의 이같은 조직적인 방해공작에 정면으로 대응했다.
그러나 하루만인 24일 강사장이 참석한 가운데 원당구장에서 회의를 가진 뒤 돌연 모든 선수가 탈퇴서에 서명, 또다시 매수설이 고개를 들었다.
선수협의 한 선수는 "현대선수들이 선수협에 가입한 뒤에도 수시로 구단 관계자와 만나 얘기를 나누는 모습을 보면서 이상하다고 여겼다. 하지만 선수들이 돈을 받고 선수협을 탈퇴했다고는 생각하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일부 선수들은 "현대선수들이 선수협에 가입한 뒤인 24일 원당구장으로 가려고 해 극구 만류했으나 끝내 뿌리치고 합숙소에 들어가 탈퇴를 결정했다"며 "구단측과 모종의 거래가 있었던 것이 분명하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현대의 구단관계자는 "전혀 모르는 사실"이라며 강력 부인했다.
[김대호 기자 daihokim＠sports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