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해영] 96년 선수협 결성 시도 핵심인물…효과 발휘
기사입력 2000년 01월 27일 11시 47분
롯데 마해영(30)이 잠적한 지 근 한 달만에 나타나 태풍의 눈 한복판에 뛰어들면서 프로야구계가 술렁이고 있다.
마해영은 지난 96년 이상훈(보스턴)과 더불어 선수협의회 결성을 주도했던 핵심인물. 따라서 한국야구위원회(KBO)나 롯데 구단으로서는 달갑잖은 경계대상인데 반해 선수협의회에서 보자면 천군만마격인 귀인에 다름아니다.
그의 잠적에 숱한 물음표가 던져졌던 것도 이런 까닭에서다. 겉으로야 구단과의 연봉싸움을 위한 신경전의 양상이 짙었다. 물론 때가 때인 만큼 뭔가 꿍꿍이가 있을 것이라는 예상도 없잖았다.
그러나 선수협의회가 출범을 하고 며칠이 지나도록 감감소식이자 다들 `마해영 불씨'는 꺼진 것으로 결론을 내렸다. 게다가 지난 25일 구단에 전화를 걸어 "내일 훈련에 합류하겠다"고 약속까지 했으니.
한데 26일 부산이 아니라 서울 반포동에 막 문을 연 선수협의회 사무실에 불쑥 나타난 것이다. 팀선배 박정태의 말을 빌자면 `정말 도깨비 같은 놈'이다.
마해영은 대뜸 선수협의회 회장인 송진우(한화)와 대변인 강병규(두산)를 따라 경실련 방문단으로 나서기까지 했다. 마해영의 가세로 선수협의회나 사무실 분위기가 확 달라졌음은 두말할 나위도 없다. 가입 선수들의 잇단 이탈로 내심 기운이 빠졌던 회장단도 이제는 `마해영 효과'에 큰 기대를 걸고 있다.
사실 마해영은 단순히 `1명 증가'의 의미로만 풀이할 수 없는 뭔가를 갖고 있다. 다부지고 조리있는 말재주를 갖춘 데다 수년에 걸쳐 선수협의회 창립을 꿈꾸고 준비해 온 기반이 탄탄한 인물이라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마해영의 등장이 불러올 효과는 자못 클 것 같다. `99시즌 타격왕'이라 외부에 드러나는 전시효과도 크겠지만 그의 움직임이 지금까지 사인을 망설이고 있는 선수들의 결정을 한결 수월하게 하는 촉매제 구실을 톡톡히 해낼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그의 효과가 고작 그 정도로 그치지는 않을 것이다. 마해영은 이제 선수협의회 전면에 나설 것이며, 수 년간 다져 온 힘들을 거침없이 쏟아낼 것이기에.
[최재성 기자 kkachi＠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