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 무속인-학원강사-프로게이머 '우리도 매니저 있다'
기사입력 2000년 01월 26일 14시 08분
"역술인도 매니저 시대."
`매니저를 둔다'고 하면 흔히 연예인을 연상하지만 최근 무속인, 학원강사, 게이머 등의 직업인들도 매니저를 고용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의외로' 매니저를 두고 있는 경우가 운명을 봐주는 무속인들.
이들이 매니저를 필요로 하는 이유는 몸이 열개라도 모자란 유명 스타처럼 스케줄을 관리하기 위해서가 아니다.
무속인의 매니저는 홍보대리인이자 `해결사' 역할을 한다.
무속인 10여명을 관리하고 있는 S기획 이모 차장은 "대개 무속인은 신을 모시라고 `점지' 받았기 때문에 자신을 해코지하려는 사람들이 많다고 생각한다"며 "이 때문에 매니저를 고용, 사람을 철저히 가려서 만난다"고 말했다.
이들은 `신에게 속한 몸'을 보존해 `임무'를 수행하지 않으면 가족들이 대신 `업'을 받는다고 믿기도 한다.
또 이차장은 "무속인들의 독특한 성격과 `넘치는 개성' 때문에 홍보일은 전문업체에서 전담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신문에 광고 하나를 싣는 데도 `3일 밤 3일 낮' 의식을 치르면서 `신의 계시(啓示)'를 기다릴 정도이기 때문에 일반 사람이 이들을 상대로 비즈니스를 하기는 어렵다는 것.
`스타급' 영어강사들도 매니저를 두는 경우가 많다.
최근 일부 대학에서 일정 수준 이상의 토플점수를 받지 못하면 졸업장을 주지 않고 입학면접도 영어로 치르는 방안을 추진하면서, 이들의 `몸값'이 상한가를 치고 있기 때문.
`족집게'로 알려지거나, 케이블TV 등에서 유명세를 떨치는 강사의 경우, 아침부터 밤까지 강의 스케줄을 빠짐없이 쫓아다니며 수강을 하는 열생팬들과 팬클럽까지 있다.
N세대에게 인기 있는 직업인 프로 게이머 100여명 중 절반 이상도 매니저를 고용하고 있다.
이들은 사이버 게임에는 `도사'지만 광고계약, 세금, 스폰서 등 현실적인 문제에는 `맹하기' 때문이란 것.
`쌈장' 이기석의 매니저 서재환씨(26)는 "여기저기서 우후죽순으로 열리는 시합을 발빠르게 체크하기 위해서도 매니저가 필요하다"며 "7대3 또는 6대4 정도로 수입을 나눈다"고 밝혔다.
[이영주 기자 sun＠sports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