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저] 빼어난 산세와 김암괴석 '간현 유원지'
기사입력 2000년 01월 26일 12시 43분
`한수(漢水)를 돌아드니 섬강(蟾江)이 어드메뇨, 치악(雉岳)은 여긔로다.'
1580년 강원관찰사로 임명돼 한양에서 강원 감영이 있는 원주로 부임하던 송강 정철이 섬강나루터에 다다르자 강 주변으로 펼쳐진 절경에 감탄하며 `관동별곡'을 통해 이같이 예찬했다.
정철이 바라보던 강원도 원주시 지정면 간현읍 옛 섬강나루터는 `간현관광지'로 개발돼 사계절 관광객이 줄을 잇고 있다.
특히 여름이면 연일 500∼600대를 세울 수 있는 대형 주차장이 모자라서 주변의 도로까지 주차장으로 변한다.
그러나 한겨울에 찾은 섬강은 송강 정철이 느꼈던 옛 정취를 간직하고 있다. 강위로 난 두개의 다리와 철교만 빼면 수려한 산세와 기암괴석은 옛 그대로다.
동쪽으로 치악산이 버티고 서 있고 그 앞으로 문막평야가 시원하게 펼쳐져 있다. 강 뒤로는 소금산이 협곡을 이룬다.
멀리 눈을 돌릴 필요없이 강변에 살얼음이 살짝 언 섬강의 푸른 강물과 눈덮힌 백사장, 소금산 삼산천(三山川) 계곡 주변으로 기암 준봉이 병풍처럼 드리워져 있어 `섬강이 어드메뇨∼'라는 송강 정철의 시구가 절로 떠오른다.
관리사무소쪽 섬강변에 조성된 길이 150여@, 폭 50@의 천연 얼음썰매장에는 앉은뱅이 썰매를 타는 가족들로 붐빈다.
조카들과 함께 썰매를 타러온 조창식씨(41．부천시 원미구 중동)는 "아이들보다 어른들이 더 즐거워한다"며 "옛날 강변에서 썰매를 타던 생각이 절로 난다"고 말했다.
강건너 삼산천으로 가는 다리 `간현교'에서 바라보는 풍광도 아름답다.
열차가 다니는 철교 너머로 다섯형제를 닮은 듯 나란히 서 있는 형제봉이 다정스럽다.
좌우로는 준봉을 휘감고 흐르는 섬강의 줄기가 한눈에 들어온다.
다리를 지나 계곡쪽으로 계속가면 섬강과 합쳐지는 삼산천의 상류 쪽으로 길이 이어진다.
다리끝 이정표를 따라 250@ 걸어가면 오른쪽으로 소금산 등산로 입구가 나오고 250@를 더 올라가면 거대한 절벽이 길 한쪽에 나타난다.
암벽등반가들에게 널리 알려진 `간현암'이다. 주말이면 종종 바위를 타는 클라이머의 모습을 구경할 수 있다.
다리끝 이정표에서 왼쪽 산위로난 철계단을 올라가면 섬강을 한눈에 조망할 수있는 섬강정이 있다. 이곳을 지나 계속 내려가면 유원지 반대편 강변에 닿는다.
▲소금산 등산로
군 유격장에서 외줄타기와 암벽타기를 했을 정도로 위험한 코스가 많았으나 원주시에서 쇠다리와 밧줄을 설치해 오히려 등산의 잔재미를 느낄 수 있다.
등산로 초입의 절벽 바위에 새겨진 `병암'이란 글씨는 토정 이지함이 쓴 것이다.
정상 팔각정에 서면 소금산과 섬강의 수려함이 한눈에 들어온다. 등산로 입구에서 간현암으로 내려오는데 1시간20분 정도 걸린다.
▲간이역 `간현역'
중앙선과 영동선 열차가 가끔 멈추는 간이역인 간현역은 현대적인 섬강의 정취를 살리는데 한몫하고 있다. 철교를 지나 소금산쪽으로 사라지는 열차를 보면 야릇한 향수마저 느껴진다.
열차가 지나가면 정막에 휩싸이는 간현역도 주말이면 수백명의 승객이 오르고 내리며 북적된다.
▲가는길:영동고속도로 문막IC에서 나와 우회전해 42번 국도를 타고 5분 정도 달리면 왼쪽에 안내판이 보인다.
청량리역에서 간현역을 경유하는 열차는 하루 3차례 떠난다. 강릉행 영동선은 낮 12시와 오후 10시, 안동행 중앙선은 오후 3시에 출발한다.
[김순근 기자 skkim＠sports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