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13번째 전사'] 공포의 괴물과 벌이는 액션 서사극
기사입력 2000년 01월 25일 14시 16분
`13번째 전사'의 스태프 면면을 보면 화려하기 짝이 없다.
`다이하드' `마지막 액션 히어로' `토마스 크라운 어페어'의 존 맥티어난 감독과 `쥬라기 공원'의 베스트셀러 작가 마이클 크라이튼. 여기에 `타임 투 킬', `다이하드 3'의 촬영 감독 피터 멘지스 주니어까지. 드림팀이다.
이들이 손을 잡은 `13번째 전사'는 마이클 크라이튼의 76년작 `시체를 먹는 자들(Eaters Of The Dead)'을 스크린으로 옮긴 것. `바그다드의 시인' 아메드 이븐 파들란(안토니오 반데라스)의 신비한 경험을 그렸다.
여자와의 스캔들 때문에 강제로 중앙 아시아의 오지에 파견된 파들란이 노르만 부족 마을에서 `시체를 먹는 괴물'이 출몰했다는 로스가르 왕국의 전령을 만나고, 점괘에 의해 괴물을 없앨 13번째 전사에 선발된다. 그가 북구의 전사들과 함께 벌이는 환상적이고 스릴 넘치는 모험담이 이야기의 중심 축.
그러나 매력적인 이 소설은 오랜 기간 서가를 벗어나기 힘들었다. 방대한 배경, 역사적인 재현, 험한 액션신 등 영화로 만들기 어려운 점들이 산적해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블록버스터를 잇달아 연출한 맥티어난은 노련한 솜씨로 10세기를 무대로 한 이 무용담을 화려하게 버무려낸다.
2년여에 걸친 헌팅 작업 끝에 캐나다의 브리티시 콜럼비아를 찾아내고, 이 곳에 대형 세트를 지었다. 500여명의 기수들, 100여명의 복구 전사들, 500여명의 엑스트라까지 1000여명이 넘는 대규모 인원이 촬영 내내 숙식을 함께 했다.
여기에서 사실감을 극대화한 `액션 서사극'이 탄생했다. 실제 상황을 그대로 연출, 자연스러운 화면을 만들려고 한 제작진의 의도가 곳곳에서 빛난다.
13인의 전사들과 시체먹는 족속이 벌이는 한판 싸움은 `컴퓨터 그래픽에만 의존하는 소극적 촬영은 거부한다'는 맥티어난의 연출 방향이 그대로 드러난다. 또 이 족속이 안개를 몰고 나타나는 장면은 신비롭다 못해 공포스럽기까지하다. 특히 수천개의 횃불이 산등성이를 덮어버리는 횃불 진군 장면은 장관이다.
그러나 큰 스케일에 비해 긴박감은 다소 떨어지는 편. 머리 싸움을 할 만한 장치들이 다소 약한 게 흠이다. 컴퓨터 그래픽으로 덧칠해진 현란한 화면에 질린, 정통 액션을 선호하는 사람들을 위한 영화다. (29일 서울 명보 시네코아)
[전상희 기자 frog＠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