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park] 시트콤 본질 외면 억지웃음 강조
기사입력 2000년 01월 25일 14시 01분
KBS 2TV `반쪽이네 가족일기'의 기획안에는 이런 이야기가 나온다.
`지금 많은 시트콤들이 실패하고 있다… 말도 안 되는 상황설정과 선을 넘어선 과장된 연기, 유치함의 도를 넘는 말장난의 극치를 달리고 있다. 건강한 웃음은 어디에도 찾아볼수 없고 억지 웃음과 실소만을 강요하고 있다.'
이를 극복한 `제대로 된 시트콤의 방향을 새롭게 제시하려 한다'는 것이 기획 의도. 그러나 22일 방송된 `반쪽이네 가족일기' 첫회를 보면 과연 인용문이 누구를 가리킨 것인지 궁금해진다.
첫회 `남자는 무엇으로 사는가'편은 만화가이며 가정을 돌보는 남편 최정현(김창완)이 잡지사 기자인 아내 변재란(정애리)의 `내조'를 하면서 벌어지는 에피소드가 주류를 이룬다.
시트콤을 통해 새로운 형태의 가족애, 이웃의 의미, 남성과 여성의 성역할 등을 조명한다는 의도는 훌륭하지만 웬만한 인내력으로는 60분 한편을 견디기 힘들다. 시트콤의 생명이라 할 정교한 타이밍이나 재치있는 대사는 찾아볼래야 찾아볼 수가 없다.
베레모를 쓰고 파이프 담배를 피우는 화가, 어린이도 속지 않을 음성변조와 여장(女裝) 남자, `미국 물을 먹었다'며 말끝마다 영어를 섞어 쓰는 여자, 대사가 아니라 시를 읊는 변재란의 동료 여직원 등 1970년대에나 통했을 것 같은 유치하고 진부한 도구들이 웃음보다는 짜증을 강요한다.
감동이나 눈물은 가끔 상투적인 도구를 이용해도 성공하는 경우가 있지만 웃음은 절대 그렇게 만들어지지 않는다. "이정도면 웃어주겠지"라는 식의 시청자들을 얕보는 안이한 구상으로는 절대 성공할수 없음을 `반쪽이네 가족일기' 제작진은 하루바삐 깨달아야 한다.
[송원섭 기자 fivecard＠sports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