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저] '포르노그라피'전 여는 화가 최경태씨
기사입력 2000년 01월 25일 14시 00분
다시 문제는 성인가.
여성의 성기를 노골적으로 표현한 그림을 선보이는 전시회가 열린다. 화가 최경태씨가 26일부터 2월 4일까지 서울 사간동 보다갤러리(02－725－6751)에서 여는 `포르노그라피'전.
전시작들은 여성 성기를 적나라하게 그린 그림 일색이다. 도록에 나타난 작품 일부는 포르노 비디오에서나 볼 수 있는 장면들. 온갖 포즈의 섹스 행위를 찍은 사진이 시리즈로 실려 있다.
작품 속의 인물들은 대부분 10대 소녀들. 모두 아랫도리를 드러내 놓고 있다. 최씨는 이들 작품에 노랑, 화이트, 분홍, 검정 등 색깔을 나타내는 제목을 붙였다.
최씨는 그동안 10여차례의 전시회를 가진 중견작가. `오늘의 청년전', `새야 새야 파랑새야', `비무장지대전' 등 현실참여적인 작품활동을 해 왔다.
－왜 여자성기만 강조한 그림을 그리나.
▲나는 요즘 포르노에 심취해 있다. 실제로 우리 사회 자체가 싸구려 포르노와 다르지 않다. 나도 마찬가지다. 인간다운 삶이 상실된 시대를 견뎌내는 나의 절망의 표현이다. 그러나 솔직히 말하면, 정리가 안돼 있는 혼돈 상태다.
－작품 속의 인물들이 특히 10대 소녀들인데.
▲난 여성 혐오증이 있다. 그래서 여성성이 나타나기 전의 소녀들을 주로 그렸다. 내가 `이상해서' 그런 그림을 그리는 것 같다.
－민중미술에서 갑자기 방향을 바꾼 이유는?
▲원래 민중목판화 작업을 해왔다. 그런데 최근 들어 `별 것도 아닌 것들이' 무게잡고 사회구조니 통일을 이야기하더라. 그래서 미술의 사회적 기능, 미술가의 사회적 역할은 끝났다고 생각했다. 허무에 빠져 있었고, 그 와중에 컴퓨터의 포르노사이트에 몰두했다. 그러면서 이걸 그리자고 결정했다. 내 얘기, 내가 심취해 있는 것을 솔직하게 그리고 싶었다.
－역겹다, 변태 아니냐는 반응이 많다.
▲내가 비정상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우리 사회 성인 100명 중 30∼40명은 나와 비슷할 거라고 본다.
－사회적 파문이 일지 않을까.
▲미술은 영화나 소설과는 다르다. 관람객이 1000명을 넘지 않는다. 사회적 영향이 크지 않을 것이다. 주위에서 사회적 저항이 있을 거라고 우려하지만, `나는 나 자신을 표현하는 것' 뿐이다.
－앞으로도 이런 그림을 계속 그릴 것인가.
▲지금까지는 돈이 없어 잡지 사진을 보고 상상해서 그렸다. 이제부터는 더 노골적인 그림을 그릴 생각이다. 모델도 사서, 사실적으로 그리고 싶다.
[임정식기자 dada＠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