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O] '선수협 실체 인정'
기사입력 2000년 01월 24일 13시 46분
`어둠끝에 한줄기 빛인가.'
한치의 양보없이 첨예한 감정대립 양상을 보여왔던 한국야구위원회(KBO)와 선수협의회(이하 선수협)간의 줄다리기가 `대화국면'으로 돌아서고 있다.
선수협 송진우(한화) 회장은 24일 대표자 회의를 마친 뒤 "이사회 결과에 관계없이 박용오 KBO 총재와의 면담을 요청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그동안 선수협은 "KBO가 먼저 요구해올 경우 언제든 대화창구를 열겠다"고 강조해 왔으나 먼저 KBO측에 화해제스처를 취하기는 처음이다.
이는 KBO의 강경대응이후 오히려 선수협 가입인원이 늘어나 힘을 얻은데다 KBO에 반격을 가해 협상의 주도권을 얻으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실제 선수들은 창립총회 이튿날인 지난 22일 KBO 박용오 총재의 "프로야구를 안하겠다"는 폭탄발언 이후 오히려 강한 응집력을 보이며 투쟁의지를 불태우고 있다.
KBO와 구단 역시 당초의 강경일변도 태도에서 한발짝 물러선 형국이다.
창립총회 직전만 하더라도 `팀해체 불사'를 선언했던 각 구단은 선수들의 의지가 수그러들지 않고 완강하자 선수협의 실체를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참가선수 전원 `방출'을 결의했던 KBO도 선수들이 불순한 배후세력을 배척하고 순수하게 단체를 결성한다면 받아들일 의향이 있다는 자세를 보이고 있다.
KBO와 구단이 걱정하는 부분은 선수협 자체보다 배후세력의 참여 의도.
선수협의 뒤를 봐주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에이전트사 SM1이 선수들의 광고계약권과 초상권까지 독식해 기존 프로야구틀을 깰지도 모른다는 위기의식을 갖고 있다.
그러나 선수협의 결성이 현실화됐고, KBO도 이들을 파트너로 삼으려는 인식이 점차 확산되고 있어 대화를 통한 해결의 실마리가 엿보인다.
[김대호 기자 daihokim＠sports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