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 전쟁소설] 분노의 바다 (102)
기사입력 2000년 01월 24일 13시 18분
"이런 제기랄！ 함장님！ 10분 후면 울릉단층의 북서쪽 입구에 도달합니다！"
부장 이찬복 중령이 안타깝게 소리쳤다. 조금만 더 남하하면 수심 1500@에 달하는 쓰시마 해저분지를 벗어나 남해안의 대륙붕 수역에 진입하게 된다.
영일만의 남동쪽으로부터 시작되는 이 대륙붕 수역은 평균수심이 200@에 못미치는 데다 복잡한 지형의 울릉단층이 시작되는 곳이기 때문에 잠수함이 숨기에는 안성맞춤인 해역이었다.
울릉단층이 형성된 것은 동해가 만들어진 시기와 비슷하다. 2300만년 전 일본이 유라시아 대륙에서 떨어져 나가면서 대륙판이 찢긴 흔적이 바로 이 울릉단층이었다.
이때 울릉단층과 함께 생성된 또 다른 단층이 양산단층과 후포단층인데, 이 둘은 육지에 있는 단층이다. 특히 양산단층은 한반도에서도 지진이 빈번히 발생하는 지진대에 속한다.
"소노부이가 계속 투하되고 있습니다. 방위는 백이십(1-2-0)도, 거리 3500！ 다이캐스 부이들이 집중적으로 투하되고 있습니다. 목표 27 주위로 떨어지고 있습니다."
김선욱 상사가 보고를 마치며 긴장이 풀렸는지 한숨을 길게 내뱉었다. 목표 27은 조금 전에 발견한 미확인 잠수함에 부여한 식별부호였다.
"놈들이 목표 27을 물었습니다."
이찬복 중령도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일본 대잠초계기들은 목표 27을 적으로 간주하고 소노부이를 뿌려대고 있었다. 일본 대잠초계기들의 소노부이 감시망이 목표 27로 몰려든 이상, 나대용함은 일단은 안전해졌다고 생각할 수 있었다.
"목표 27이 우군 잠수함일 가능성은?"
"가능성은 0%에 가깝습니다. 이 구역에 출현하는 모든 잠수함은 우군이 아닙니다. 나대용함에게만 작전인가된 해역입니다."
함장의 질문에 이찬복 중령이 단호하게 대답했다. 김대헌 대령도 사령부에서 수신한 새로운 명령을 잘 기억하고 있었다.
잠수함을 작전배치할 때는 구역을 명확히 지정하고 해당 잠수함이 그 구역 내에서만 작전하도록 전술을 짜기 마련이다. 그리고 해당구역에 다른 잠수함이 출현하면 무조건 적 잠수함으로 간주한다.
물론 음문분석을 하고 나면 잠수함의 함종도 어느 정도 가려낼 수 있다. 피아를 구분할 수 있다는 뜻이다. 그러나 문제는 시간이 많이 소요된다는 점이다. 이쪽에서 상대방의 잠수함을 식별하느라고 시간을 허비하는 동안 상대방에서 공격을 가해오면 고스란히 당할 수밖에 없었다.
그런 이유로 어떤 잠수함에게 지정된 구획에 다른 잠수함이 나타나면 일단은 무조건 적으로 판단한다. 어찌보면 작전구역에 배치된 잠수함은 눈먼 장님이나 다름없었다. 단지 소리만으로 모든 것을 판단해야 하고, 소리만으로 공격을 수행하기 때문이다.
"함장님. 목표 27은 하루시오급 잠수함으로 판단됩니다. 초기형 같습니다."
음문 분석을 마친 김선욱 상사가 고개를 돌려 함장에게 보고했다. 짐작하고 있었지만 목표가 일본 잠수함으로 확인되자 김대헌 대령의 표정이 굳어졌다. [계속]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