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춘향뎐'] 영상미로 토해낸 '한국의 소리'
기사입력 2000년 01월 23일 15시 14분
한국영화의 명문 `태흥영화사'가 제작하고, 국민적인 감독 임권택의 97번째 영화 `춘향뎐'은 문화의 세기를 맞아, 우리 문화의 정신과 내용을 세계사적이며 보편적인 틀이라고 할 수 있는 `영화'를 통해 담아낸 기념비적인 작품이 되기에 모자람이 없다.
소설가 겸 시나리오 작가인 정도상은 임권택 감독을 일컬어 한국영화의 `당산나무'라고 한다. 필자의 경우는 임권택 감독을 한국영화의 영원한 `철도원'이라고 부른다. 언제든지 그곳에 가면 만날 수 있는 변함없는 정다운 사람 임권택, 항상 영화의 현장에서 산전수전을 겪어내면서도 떠나지 않았던 아버지 같은 분. 젊은 영화인들이 아버지 세대를 부정하고 기피할 때, 아버지라는 존재의 진정한 의미를 일깨워준 임권택 감독은 한국영화의 정체성의 중심이다.
임권택 감독은 한국문화가 탄생시킨 영원한 로맨스물 `춘향뎐'을 과거와 현재의 시간 흐름, 비판과 포용의 해학미를 살려 스크린에서도 자신만의 굵은 목소리로 다음과 같이 형상화하고 있다.
우선 `소리'를 영화문법에서의 해설자로 도입한 점이다. 즉 판소리라는 틀로 정통적인 러브스토리와 사회 비판적인 메시지를 적절히 풀어내었으며, 여기에 신분과 계급의 차를 극복하는 지고지순한 사랑과 인간다운 삶을 추구하는 보통사람의 희망을 테마로 담고 있어서 대중에게 알리는데 매우 바람직한 양상을 보여주고 있다.
판소리와 고수, 그리고 가야금, 현대음악을 수렴해내는 전략은 영화의 관객층을 폭넓게 수용해내려는 의지와 자신감에서 비롯된 것으로 이는 한국의 정통적인 문화예술의 향기를 서구에 알리는데 체계적이고 심플한 형식이라고 하겠다. 명창 조상현의 40대 때인 맑은 목소리를 `플레이 백'과 `실연'하는 방식으로 그 생생함을 살린 점은 그 노력 자체만으로도 평가받아 마땅한 문화적 성취라고 본다.
이 모든 것은 우리 고유의 문화가 배척당했던 20세기를 성찰하는 한편, 세계에 한국영화의 문화적 자부심을 `이국적 정취'라는 타입을 빌어 소개하는데 공헌하리라고 본다.
아쉬움이 있다면 판소리 자체에 있는 노골적인 희극정신의 극대화와 스토리라인에 대한 급진적인 해석이 뒤따라 주었으면 하는 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춘향뎐'은 은근 살짝 야한 홍조를 띠게 하는 신인배우 이효정과 조승우의 신선한 매력, 촬영(정일성)의 아름다움에 힘입어 판소리의 대중화와 세계화에 공헌할 것이 분명한 작품임이다. 29일 개봉.
[영화평론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