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석] 야구판 손님같은 사장들의 현실불감증
기사입력 2000년 01월 23일 13시 40분
경기전 덕아웃 한편에서 훈련장면을 지켜보고 서있던 구단사장이 못마땅한 듯 선수를 부른다. "방망이를 좀더 힘차게 휘두르란 말이야."
선수는 어이가 없어 말문이 막히지만 감히(?) 대꾸를 못한 채 조용히 돌아선다.
그리고 옆에서 이런 광경을 봐야하는 코치는 훈련뒤 울분을 토하며 소주잔을 들이킨다.
새로 구단 대표이사에 취임한 사장이 단장으로부터 업무보고를 받는 자리에서 장기계획이 전혀 서있지 않다며 몰아세운다. 그 단장은 야구단에만 10년 이상 근무하면서 바뀌는 사장마다 이런 질책을 듣는다.
그러나 얼마 안가 사장은 장기계획 따윈 거들떠 보지도 않고 당장 우승전략을 내놓으라고 안달이다.
우리 프로야구단의 실정이다. 출범 19년째를 맞고 있지만 프로야구가 발전하지 못하고 다람쥐 쳇바퀴돌듯 제자리걸음을 하는 데는 이런 구단사장의 무식(?)도 한몫하고 있다.
선수협의회건도 마찬가지다. 지난해초 이사회(바꿔 말하면 구단사장들)는 자유계약선수(FA)제도를 내놓고 어깨를 으쓱했지만 실상은 허점투성이에 일방적으로 구단편만 유리하게 만든 `구색갖추기'에 지나지 않았다. 사장들은 이마저 불안했던지 시즌중 `독소조항'을 추가해 선수들의 발목을 붙잡았다.
시즌뒤엔 엄연한 현실인 선수 대리인을 무시했고, 다년계약을 인정치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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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사장들이 발끈하고 있는 선수협의회가 바로 이런 사장들의 고압적이고 일방적인 태도에서 비롯됐다는 것을 알고 있는지 모르겠다.
사장들중엔 야구규약 한번 제대로 읽지 않은 사람들이 있다고 한다. 이런 사장이 이사회에 나가 자기구단에 조금이라도 불리한 얘기가 나오면 얼굴을 붉히고 드잡이까지 마다하지 않는다. 이사회를 공개하자고 나오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사장은 몇년 있다가 야구단을 떠나면 그만이지만 선수는 죽어도 야구인이다. 선수들이 바라는 것이 진정 무엇인지 알려고 노력해야 할 것이다.
[김대호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