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노트] '기획단' 실체 밝혀라
기사입력 2000년 01월 23일 13시 40분
조직결성의 의도가 제아무리 순수하더라도 과정의 투명성을 의심받기 시작하면 외부로부터는 반격의 꼬투리를 잡히게 되고, 내부로부터는 두터운 신뢰를 얻기 힘들다.
지난 22일 새벽 진통끝에 출범한 `한국프로야구 선수협의회(이하 선수협)'는 이른바 `기획단'의 실체를 낱낱이 공개해야 한다.
`한국프로야구선수협의회 기획단'은 불순한 동기에 의해 선수협을 배후조종하는 핵심조직으로 의심받고 있다. 선수측이 밝히는 기획단은 에이전트 변호사 대학교수 공무원 등 7∼8명으로 구성된 순수한 자문단체. 하지만 한국야구위원회(KBO)는 "기획단은 실체가 없는 유령단체일뿐이고 실제로는 모 정당인과 언론인이 깊숙히 개입된 모 에이전트사가 박용오 KBO총재를 몰아내기 위해 치밀한 각본을 짜고 있다"고 주장한다.
KBO의 주장이 아니더라도 기획단은 충분히 의심받을 만한 행보를 걸어왔다. 기획단의 구성원은 누구도 그 얼굴을 드러낸 적이 없다. 순수한 자문만을 한다면 한사코 언론을 기피할 이유가 없는데도 말이다.
선수협의 간판역할을 해온 해태 양준혁은 22일 "선수협 출범과 함께 기획단은 해체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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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문제는 그렇게 간단하지만은 않은 것 같다. 선수들 내부에서조차 `기획단'에 보내는 의심의 눈초리가 거세지고 있다. 주축으로 참가했던 한 선수는 "도대체 창립총회에서는 한맺히게 내세웠던 우리들의 주장이 한마디도 없었다"며 불만을 털어놨다.
선수협의 순결성에 추호의 의심없이 박수를 보낸 팬들을 위해서라도 기획단은 얼굴을 나타낼 때가 됐다.
[김우석 기자 kwooseok＠sports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