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버스납치'등 집요한 훼방
기사입력 2000년 01월 22일 01시 33분
각 구단과 선수들의 힘겨루기는 구단측의 판정승으로 일단락됐다. 각 구단은 거사 하루 전인 20일 밤부터 집요하게 방해공작을 시작했다.
8개 구단의 공작은 가위 `007작전'을 방불케 했다. 우선 롯데. 선수단은 21일 예정대로 부산 사직구장과 마산구장에서 1,2군이 나뉘어 오후 4시10분까지 훈련을 했다.
구단의 작전이 개시된 것은 훈련이 끝나자 마자였다. 우선 사직구장의 1군 선수들을 근처 황토사우나로 데려가 시간끌기에 들어갔다. 선수들로 하여금 예약해 둔 비행기(오후 6시20분)를 못 타게 하기 위한 1단계 작업이었다.
선수들의 거센 반발에 부딪히자 여직원 3명만 빼고 전 직원이 선수들과 함께 김해공항으로 이동해 2차 힘겨루기에 들어갔다. 결국 4명이 행사장으로 가기로 합의를 보고 강성우와 공필성, 임수혁, 김민재 등이 비행기에 올랐다.
정작 문제는 마산의 2군 선수들에게서 터졌다. 선수들을 태우고 부산으로 돌아오던 버스기사가 돌연 핸들을 틀어 경주로 향하는 바람에 공항행이 무산된 것이다. 물론 선수들이 거칠게 항의하며 저지했지만 이미 비행기는 서울을 향해 날고 있었다.
한화의 작전도 `버스 납치'였다. 한화구단 관계자들은 선수단을 태우고 상경할 버스가 대전 엑스포광장 주차장에 대기 중이라는 정보를 입수하고 구단 직원들을 급파해 버스를 납치, 주차장 식당으로 데려가 시간벌기에 성공했다.
특히 한화의 한 관계자는 느지막히 행사장인 서울 6．3빌딩에 나타나 완벽한 작전성공을 은근히 자랑하는 여유까지 보였다.
이밖에 두산은 잠실구장에서 훈련을 마친 신진급 선수 약 15명을 버스에 태워 경기도 이천의 한 식당으로 데리고 간 것으로 전해졌다.
[최재성 기자 kkachi＠sports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