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강병규 '순수한 목적 오해 섭섭'
기사입력 2000년 01월 22일 01시 33분
깔끔하게 차려입은 주황색 자켓의 화사함도 피곤에 지친 낯빛은 가릴수 없었다.
19년 프로야구 역사상 한 선수에게 지워진 가장 무거운 자리, 선수협의회 대표를 기꺼이 떠맡은 두산 강병규(28)는 담담하고 차분하게 선수회의 당위성을 강변했다.
"해야할 일을 한다고 나섰을때 앞줄과 뒷줄이 있다고 믿지 않는다"는 단호한 설명. 기자회견 내내 침착했지만 유일하게 행사시간에 맞춰 총회장에 도착한 두산 팀동료 12명 앞에서는 그만 눈물을 쏟고 말았다.
－선수들이 왜 나타나지 않았나.
▲각구단의 방해공작으로 제대로 약속을 지킬수 없었다. 선수들의 참여과정에서 선배 혹은 집단의 압력이 있었다는 주장은 구단들의 근거없는 음해다. 선수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했음을 증명해 보이겠다.
－모여있던 선수들도 해산시킨 상태인가.
▲그렇다. 우리의 순수성을 보이는 방법은 모든 집단 상태를 해제하고 선수들이 개인적으로 참여하는 것이다.
－각구단에게 부탁하고 싶은 말은.
▲순수한 목적으로 시작했는데 거센 반대에 부딪히고 난뒤 오히려 우리가 정말 큰일을 하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온국민의 사랑속에 커온 19년 프로야구 역사를 뒤엎을 수도 있는 사건이라면 꼭 이뤄내야 한다는 사명감이 든다.
－모호한 기획단의 정체를 설명해달라.
▲창립과정을 도와준 자문단일 뿐이다. 선수회가 창립된후에 기획단은 의미가 없다. 선수협의회는 선수들이 주체가 돼서 모든 것을 결정하고 이끌어간다.
－유일하게 두산 선수들만이 정시에 총회장에 나왔는데.
▲야구를 시작한후 가장 보람있고 감격적인 순간이다. 나를 믿고 이 자리에 나와준 동료애가 고맙다.
－앞으로 어떻게 돼나.
▲일단 무작정 선수들을 기다리겠다. 선수들이 충분한 이해와 판단으로 책임있는 행동을 했다고 믿는다. 꼭 선수협의회를 탄생시킬수 있다고 자신한다.
－지금 기분은.
▲오히려 편안하다. 지금처럼 내가 옳은 일을 하고 있다는 확신이 든적이 없다.
[이승민 기자 cjminnie＠sports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