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 전쟁소설] 분노의 바다 (100)
기사입력 2000년 01월 21일 14시 26분
소노부이가 의외로 가까운 곳에 떨어지자 김대헌 대령도 놀라고 있었다. 해상에는 일본 대잠초계기들이 한국 잠수함을 잡기 위해 몰려든 것이 분명했다. 나대용함이 왼쪽으로 기울어지는 것과 동시에 아래쪽을 향해 자맥질치듯이 잠항하기 시작했다.
"소노부이는 아직 반응하지 않나?"
김대헌 대령이 음탐장 뒤로 바짝 다가서서 물었다. 잠수함이 급격한 기동을 시작한 이후 함장은 몸의 균형을 잡기 위해 무릎을 구부려 몸을 낮춰야 했다.
소노부이는 잠수함에서 불과 200@도 안 떨어진 거리에 투하됐다. 능동식 소노부이라면 이 거리에서 삼각측정을 할 필요도 없이 바로 공격에 필요한 위치를 알아낼 수 있다.
"소노부이에서는 아직 어떠한 탐색음도 들리지 않고 있습니다. 어쩌면 수동 소노부이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음탐장 김선욱 상사가 고개를 갸웃거리며 대답하고는 헤드폰에 계속 집중했다. 지금 나대용함은 기관 출력을 최대한 줄여 소음을 내지 않고 있었지만 아직 능동소노부이의 탐색 범위를 벗어나지 못한 위치였다. 노련한 김대헌 대령이었지만 초조함을 감출 수 없었다. 당장이라도 강력한 액티브 소나음이 잠수함을 때릴 것만 같았다.
"함장님！ 지금 것은 소노부이가 아니라 비티(BT) 부이일지도 모릅니다. 만약 비티 부이라면 시간을 벌 수 있습니다."
음탐실의 작업을 옆에서 지켜보던 김승민 대위가 입을 열었다. 비티(Bathy-Thermograph) 부이는 수온을 측정하는 부이였다.
음파의 진행 경로는 바닷물의 온도에 따라 많은 영향을 받는다. 그러나 대잠초계기에서는 수온을 바로 측정하는 것이 불가능하다. 그래서 일정한 구역마다 비티 부이를 투하해 수온 정보를 확인한 다음 소노부이를 투하하기 마련이다.
만약 그것이 비티 부이라면 나대용함은 그저 무시하면 그만이었다. 비티 부이는 단지 수온만 측정할 뿐이지 음파를 탐지하는 기능은 없기 때문이다.
"작전관！ 저것이 비티 부이라면 속도를 높여 이곳을 빠져나가자는 말인가?"
"예, 그렇습니다. 함장님."
김승민 대위가 함장의 질문에 기다렸다는 듯이 대답했다. 당연했다. 그는 일본 대잠초계기가 나대용함을 아직 발견하지 못했다고 확신했다. 조금 전 잠수함이 잠망경 심도로 부상했을 때, 일본 초계기의 레이더에 탐지될 가능성이 있었다. 하지만 지금과 같이 수면에 파랑이 거칠 때는 잠망경을 찾아내는 것이 거의 불가능에 가까웠다. 그러나 함장 김대헌 대령은 김승민의 의견에 수긍하지 않는 눈치였다.
"함장님！ 속도를 높였다가 만약 비티 부이가 아닐 경우라면 당장 발각되고 맙니다."
부장 이찬복 중령이 높은 목소리로 반대했다. 부장이 김승민 대위에게 날카로운 시선을 던지고는 함장에게 다가섰다. 비티 부이로 단정짓는 것은 나대용함을 한 순간에 위험에 빠뜨릴 수 있는 선택이었다.
김대헌 대령이 곤혹스런 표정을 지었다. 어느 쪽이든 지금 즉시 선택을 해야 했다. 그러나 뾰족한 대안이 없었다. 그러는 동안 나대용함의 심도계 바늘은 점점 아래 쪽으로 기울었다. [계속]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