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사랑찬호] 95년 시즌 최종전 역투로 ML 복귀
기사입력 2000년 01월 21일 13시 08분
95년 스프링 트레이닝을 시작하면서 나나 찬호나 희망에 차 있었다.
물론 메이저리그로 복귀할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이었고, 안되도 트리플A는 간다고 마음을 편하게 먹었다. 그런데 시즌을 2주쯤 남기고 클레어 단장이 1년더 트리플A 알바버키에서 선발 수업을 쌓아야할 것이라는 이야기를 했다.
물론 실망스러웠다. 그러나 1년 더 제대로 훈련을 한다면 진정한 메이저리그 투수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자위했고, 찬호도 실망을 떨쳐 버리고 마음을 편하게 가졌다.
알바커키는 해발 1000@ 이상의 고지에 있어서인지 도착할 때쯤 비행기가 몹시도 흔들리던 기억이 난다. 알바커키로 간 찬호는 뉴멕시코 주립대 유학생들과 잘 어울렸다.
같은 대학생 나이이기도 했지만 유학생들이 찬호에게 너무 잘 대해 주었고, 파티에도 초대하고 한식도 함께 만들어 먹으며 우정을 나눠 요즘도 연락을 취한다.
알바커키에 도착한 직후 찬호는 처음 오너 드라이버가 됐다. 그해 스프링 트레이닝때 페드로 아스타시오가 스포츠 지프 형태인 몬테로를 타고 다녔는데 찬호는 그것을 타보더니 아주 마음에 들어했다. 처음에는 LA에서 차를 사서 내가 운전해 가져다 주기로 했다.
그런데 차를 다 샀는데 찬호가 알바커키에서 더 싼값에 살 수 있으니 그곳에서 사겠다고 해 약간의 벌금을 물고 샀던 차를 돌려주기도 했다.
찬호는 미국 자동차 딜러와 직접 부디치는게 아무래도 쉽지 않았던지 내게 알바커키로 와서 차를 구입해달라고 부탁했다. 그러나 나는 계속 전화로 도와줄테니 경험삼아 한번 직접 차를 사보라고 권했다.
찬호는 몇번이나 딜러를 찾아가고 옵션이 잘못되면 다시 항의하고 하면서 결국 자신의 힘으로 자동차를 구입했다.
영어도 많이 배우고 미국 삶에 대한 좋은 경험을 쌓은 일이었다.
찬호는 그 자동차를 아주 아끼고 좋아했다. 힘들고 지칠 때는 자동차를 유일한 친구처럼, 한국 음악을 크게 틀고 타고 다니며 스트레스를 풀기도 했다.
9월이 되자 찬호는 메이저리그에 합류했고, 시즌 최종전 샌디에이고와 원정 경기에 선발로 나서 3이닝 동안 5연속 삼진을 잡는 등 눈부신 역투를 했다. 정말 대견했고 과연 다저스에서 그만한 투자를 할만한 선수임을 보여주었다는 것이 너무 자랑스러웠다.
당시 전광판에는 시속 99마일(159㎞)이 계속 찍혀 나왔는데 그 경기가 찬호가 다음 시즌 메이저리그로 돌아가는 발판이 됐다고 생각한다.
구단에서는 다음 시즌을 철저히 준비하라며 도미니칸 윈터리그 참가를 원했고, 나는 찬호와 함께 중남미의 섬나라 도미니칸 공화국으로 날아갔다.
그곳에서도 30여명의 교민들이 공항에 나와 찬호를 열렬히 환영해 주었다. 큰 인기를 끌며 도미니칸 리그를 마친 찬호는 그해 한국에 나가지 않고 우리집에서 머물며 다음 시즌을 준비했다.
학교에 나가 공부도 하고 개인 교습을 받으며 영어 공부에 몰두했다. 앞으로의 시즌을 위해서 영어는 필수라고 느낀 찬호는 참 열심히 공부했다.
95년은 그렇게 평탄하게 지나갔다.
[계속]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