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잠자는 '성' 그녀를 깨운다
기사입력 2000년 01월 20일 14시 32분
다.
99년 한해 내내 연예계는 성담(性談)으로 술렁거렸다.
이제는 지겨워질 정도로 소란스러웠던 오현경@서갑숙 파동, 영화 `거짓말'과 `노랑머리', 여기에 "청소년들에게 올바른 성을 가르치자"는 성교육 강사 구성애까지 우리 사회에서 음지에 있던 `성'을 양지로 끌어내는데 한몫했다.
한국은 물론 전 세계가 성과 관련된 담론으로 시끌벅적했다는 것을 지나쳐서는 안된다.
빌 클린턴 미국 대통령과 모니카 르윈스키의 스캔들에 대해 조사한 케네스 스타 특별검사의 수사록은 웬만한 포르노 못지 않은 `음란물'. 이 수사 보고서가 인터넷을 통해 전 세계로 퍼진 뒤 르윈스키는 아예 고백서를 출간, 세계적인 베스트셀러의 저자가 됐다.
또 칸 영화제에는 `퐁네프의 연인들'로 잘 알려진 레오 카락스 감독의 `폴라X'가 남녀간 정사중의 `삽입' 장면을 공개, "과연 예술영화와 포르노의 경계는 무엇인가"라는 뜨거운 논쟁을 불러 일으키기도 했다.
이런 분위기가 그대로 이어진 2000년, 대중문화의 각 영역에서는 그동안 억눌려왔던 성과 관련된 표현이 만개하고 있다.
새해가 밝자 마자 갓 스무살의 새내기 가수 아미는 대담하게 누드 인터뷰를 자청했다. "자신의 모든 것을 팬들 앞에 공개하고 싶다"는 당찬 태도다. (관련기사 37면)
16밀리 성인용 비디오 업계도 이런 금기 파괴의 물결에 재빨리 동참했다. 그늘 속에서 남성들의 `감춰진 욕망'을 위해 고군분투하던 이들은 자칫하면 기존 TV@영화 시장에 자신들의 영역을 잠식당할까봐 걱정할 정도.
에로 전문 연기자 류미오가 새해를 맞아 극장용 극영화 `사슬'로 빅 스크린에 도전하는 한편, `포스트 류미오'를 노리는 정세희는 에로 사진집과 함께 성 고백서를 출간해 적극적인 자기 홍보에 나섰다.(관련기사 37면)
출판계에서는 "올해 안으로 톱스타급 연예인의 누드집이 나올수 있다"는 분위기.
물론 여자 중@고생들의 선망 직업에 AV걸(성인용 비디오에 출연하는 10대 여성)이 오르고, 정상급 여자 연예인이 앞다퉈 누드집을 발간하는 일본과는 아직 먼 거리에 있다.
영화계는 영화계대로 `노랑머리'나 `해피엔드'의 뒤를 이을 작품의 구상에 몰두하고 있다. 특히 `노랑머리'의 이재은, `거짓말'의 김태연처럼 과감한 연기로 단박에 톱스타의 자리를 노리는 신예 배우들에게 기대를 걸고 있는 입장도 적지 않다.
이런 경우를 거슬러 올라가면 `너에게 나를 보낸다'의 정선경까지 꼽을수 있겠지만 당시의 노출은 최근의 조류에 비하면 어린애 장난으로 보일 정도다.
가장 보수적인 부분은 `안방극장'인 TV.
지난해의 인기 드라마 `고스트'가 "날짜도 잡았는데 우리 한번 할까"라는 대사로 경고를 받은 것이 방송에서의 성개방 현주소. 물론 `장미와 콩나물'에서는 결혼을 앞둔 손창민과 최진실이 여관 방에 들어가는 장면이 다소 코믹하게 방송되기도 했다.
TV에서도 차츰 변화의 기미가 보이고 있다. 올해 KBS 2TV 신년특집극으로 방송된 `슬픈 유혹'은 금기 중 하나인 동성애 문제를 정면으로 다뤘고 성인 시트콤을 표방한 MBC TV의 `세친구'도 어느정도 이상의 수준은 보여줄 듯.
케이블TV 영화채널 캐치원은 잘만 킹 감독의 성인용 시리즈 `레드 슈 다이어리'를 심야시간대에 정규 편성했다. 물론 폴 버호벤 감독의 `쇼걸'등 만만찮은 노출도의 영화도 이미 케이블TV에서 소화된 바가 있지만 `레드 슈…'의 개방은 상당한 파격으로 받아들여진다.
대중문화의 성개방은 곧바로 사회 전체에서의 성도덕 해이로 이어진다고 주장하는 보수파의 의견이 아직은 우세한 편. 그러나 겉다르고 속다른 기성세대의 위선을 질타하며 "아무리 감춰두려 해도 절대 감춰질수 없는 것"임을 주장하는 목소리도 점차 높아지고 있다.
[송원섭 기자 fivecard＠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