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인터랙티브 영화로 새로운 혁명 예고하는 조승현-영호 남매
기사입력 2000년 01월 20일 14시 12분
뤼미에르형제가 영화를 발명한 지 꼭 105년이 흘렀고, 영화 `재즈싱어'가 유성영화시대를 연 지는 80여년이 지났다.
영화는 전통적인 예술의 개념을 뒤집었고, `재즈싱어'는 영화의 개념을 바꿔 버렸다. 또 1970년대 `버글러'는 `비디오가 라디오 스타를 죽인다'(Video Killed the Radio Star)는 곡으로 `영상시대'의 개막을 알렸다.
그리고 디지털 시대다. `인터넷'으로 집약되는 이 새로운 문화 속에서 성장한 두 젊은이가 또 하나의 `영화 혁명'을 예고하고 있다.
조승현(29)@영호(여．28) 남매.
디지틀 시대의 새로운 개념의 영화 `인터랙티브( interacteve) 영화'를 제작하고 배급하는 `네오무비', `네오타이밍'의 대표다.
이들이 세계 최초로 제작, 배급하게 된 인터랙티브 영화란 관객이 스토리 전개에 참여함으로써 서로 다른 결론에 이르게 되는 `쌍방향 영화'. 스릴러장르라면 관객의 선택에 따라 서로 다른 범인과 알리바이가 나오게 된다. 이들의 첫 영화인 `영호프의 하루' 같은 경우는 8개의 경우의 수가 나온다.
이들은 아직 20대지만 벌써 `사장님', `영화감독'이라는 꼬리표가 붙었다.
영화감독 조영호씨는 원래 중학교때부터 대학로에서 죽치고 살아온 `열혈 연극광'.
무슨 일이 닥치면 곰곰히 생각하기 보다는 `가슴으로 느끼고 머리부터 디미는 성격'인 그녀는 `연극'과 관계된 곳이라면 어디든 뛰어 다녔다.
91년 서울예술대학 연극과를 입학한 것은 그녀의 첫번째 `선택'이었다.
"혼자만의 작업이 아니라 여러 사람들과 같이 하는 작업이라는데 연극의 매력이 있었죠. 영화는? 글쎄…, 싸구려라는 느낌이 더 강해 아예 생각도 해보지 않았습니다."
그녀는 자신의 상상 속에만 있는 내면적인 모습을 드러내고 다양한 상황들을 접할 수 있는 연기에 매력을 느껴 다수의 연극에 배우로 출연했다.
닐 사이먼 원작의 `보병스토리'에서는 현재 영화감독으로 활동하고 있는 장 진씨와 같은 무대에 오른 적도 있다. 그 외에도 대학 졸업 후 MBC, KBS의 개그프로와 교양프로의 구성작가로 활동하기도 했다.
"그러던 중 백수같은 생활과, 반복되는 연극무대가 답답해졌죠. 새로운 전환점이 필요했습니다."
그래 결심한 게 영국유학이었다. 런던 왕립연극원과 런던영화학교에서 수학하면서 처음으로 영화의 현장을 접하게 됐고, 젊은 영화인들의 열정에 반해 주저없이 영화를 선택했다.
30년이 채 안된 그의 삶의 키워드는 바로 `선택'이다. 인터랙티브 영화가 그렇듯이.
"97년 한국으로 되돌아와 저예산 독립영화 두 편을 기획하고 촬영했습니다. 하지만 두 편 모두 예산 부족으로 엎어졌습니다. 그리고 나서 35㎜카메라를 버리고 6㎜를 선택했죠."
조영호씨가 오빠 조승현씨를 든든한 후원자이자 제작자 겸 배급자로 얻은 건 그 때다.
도서관에 처박혀 육법전서를 뒤적이던 조승현씨가 잠시 머리도 쉴 겸 누이의 촬영현장을 찾았다가 새로운 세계를 경험한 것이다.
"곰이 사탕을 물고, 쓸개즙을 착취당하는 장면이었죠. 스태프 중 아무도 곰에 다가가서 소품을 설치할 사람이 없어 제가 하게 된 게 영화작업의 첫 경험이었습니다."
동생과 달리 이성적으로 생각하고 신중하게 판단하는 그였지만 당장에 `영화'에 빠져들었다.
그리고 동생이 만드는 영화의 제작자이자 배급자로 나섰다. `인터넷'이라는 매체로.
"저는 사실 컴맹이었습니다. 그 때 컴퓨터와도 첫 경험을 했죠, 클릭 한번에 변하는 세상. 신천지가 열리는 기분이었습니다."
남매인 조승현씨와 영호씨의 만남은 곧 감독과 제작자와의 만남이었고, 6㎜ 디지털 카메라와 인터넷과의 만남이었다.
그렇게 해서 태어난 게 인터랙티브 영화.
"살아가면서 숱한 `선택'을 하게 됩니다. 그 때 대학을 가지 않았다면, 연극을 하게 되지 않았다면…, 이런 생각을 많이 했었죠. 인터랙티브 영화는 당연한 결론이었습니다."
첫 영화 `영호프의 하루'에 이어 두번째 인터랙티브 영화 `밀레니엄 살인행진곡'의 개봉을 앞둔 이들은 앞으로 인터넷 뿐만 아니라 `극장용 영화'까지 진출할 생각이다.
조승현씨는 영화배급사업으로 `독립영화지원기금'을 만드는 게 꿈.
훗날 영화탄생 200주년이 되는 날의 영화사 한 페이지엔 뤼미에르형제 다음으로 이들 `조남매'를 쓰게 될지도 모른다.
`인터넷이 극장 영화를 죽이다'(Internet Killed the Theater Film)란 제목으로 말이다.
[이형석 기자 evol9099＠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