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park] '성역없는 토크' 신선한 웃음 선사
기사입력 2000년 01월 19일 14시 15분
"많이 보던 양반이구만."
대통령의 조크. 17일 MBC TV `21세기 위원회'에 출연한 김대중 대통령은 토크가 한창 무르익을 무렵, 밖에서 준비하고 있던 이희호 여사가 등장해 옆자리에 앉자 능숙하게 농을 던졌다.
"우리는 매일 웃어요. 주로 나는 웃기는 쪽이고 이 사람은 웃는 쪽이죠."
높게만 느껴지던 성역중의 성역, 최고 권력자를 오락 프로그램에서 풍자의 대상으로 삼기 시작한지도 이미 10년이 넘었지만 대통령 자신이 방송을 국민들에게 접근하는 도구로 사용하기 시작한 것은 이번 정권의 특징중 하나다.
여러 차례의 `국민과의 대화'를 통해 `대통령이 TV에 나온다'는 것만으로는 이미 큰 매력을 얻을수 없는 상황.
여기에서 김대통령은 이희호여사에게 섭섭했던 점으로 "사형선고받고 마지막 기도할때 `남편 살려달라'는 말은 않고 `주님 뜻대로 하십시오'란 말만 하더라"는 얘기로 폭소를 자아내는 등 훌륭한 `엔터테이너'임을 보여줬다.
또 민주화투쟁 당시 옥중에서 주고받은 서신을 가장 소중한 선물로 공개하며 노부부의 눈에 감회가 어리는 장면 등은 국민들의 정서에 상당히 부응했다는 평가를 받을만 했다.
종전에 대통령을 대하던 MC들의 모습에 비하면 이날 방송을 진행한 정은아 김용만 김수용의 태도도 상당히 매끄러웠고 정은아가 `예우차원'에서 몇차례 `장난스런' 질문을 차단하는 장면을 여과없이 방송한 것도 신선한 느낌을 줬다.
아쉬웠던 것은 방송이 끝난 뒤. 대통령의 `21세기형 권위 탈피'가 준 감흥이 채 사라지기도 전에 `시민단체들의 낙선운동은 위헌'이란 9시 뉴스의 머릿기사가 이어져 시청자들은 금세 현실로 돌아와야 했다.
[송원섭 기자 fivecard＠sports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