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C칼럼] 전여옥 '자본주의적 사고의 두얼굴'
기사입력 2000년 01월 19일 13시 14분
숲속에서 캠핑을 하던 두 남자가 호랑이를 만났다. 둘 중에 한 남자가 미친 듯이 운동화를 신는 것이었다. 다른 한 남자가 물었다.
"너- 그 운동화를 신으면 정말로 네가 나보다 더 빨리 달릴 수 있다고 생각하니？"
운동화를 신은 남자가 대답했다.
"호랑이보다 빨리 달릴 필요는 없어- 너보다 빨리 달리기만 하면 돼."
이것은 `웨버노믹스(웹 경제학)'라는 말을 만들어낸 슈왈츠가 예를 든 `왜- 인터넷이, 웹이 중요한가'를 말하기 위한 예이다. 슈왈츠는 "웹은 모든 업계, 업종을 망라해서 `사나운 변화의 바람속에 한발 앞서게 해주는 운동화'같은 것"이라고 했다.
아주 무시무시하게 들리는 말이다. 그래서 슈왈츠는 이 웹이라는 야수는 선과 악의 본성을 그대로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사실 그렇다. 이른바 웹 비즈니스 가 그 누구에게도 공평하고 진출이 가능한 자유무역지대이고 꿈이 이뤄지는 `인터넷 드림'의 현장인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반대로 거기에는 엄청난 경쟁이 있다. 호랑이를 만나 `너죽고 나살자'하고 `걸음아, 날 살려라'하며 뛰는 것은 운동화끈을 매는 `네가 죽으면 나는 산다'는 의식에 비해서 너무나도 로맨틱하다.
어떤 의미에서 인간은 진정한 자유의 시대를 맞았는지도 모른다. 많은 인터넷 경제학자들은 인간이 처음으로 완벽한 `자유시장경제'를 실현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국경이 없는 세계에서 기업이 어디에 있던 문제가 되지 않는다. 그 뿐 아니다. 물건을 살지 말지는 철저히 네티즌의 몫이다. 정부의 간여는 물론 기업의 조종도 필요없는 완전 자유시장경제아래 우리가 살게되는 것이다.
그점에 있어 우리 네티즌이 누릴 수 있는 자유는 무한대이다. 그러나 21세기 자유란 무엇인가？ 스스로 지키면서 누려야할 `무거운 자유'이다. 아무런 제한이 없는 사회에 우리가 살게된다는 것은 어찌보면 원시사회로 올라간다는 것을 뜻한다. 바로 아프리카 밀림에 뚝 떨어져있는 자유- 언제 어디에선가 맹수가 뛰쳐나올 지 모르는 그런 자유를 우리는 인터넷 위에서 누리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 상황을 우리는 어떻게 헤쳐나가야 하는가？ 답은 두가지이다. 첫@, 운동화끈을 고쳐매고 야비하게 달리는 방법(극도의 자본주의적 해결), 두번째, `가을날의 전설'의 주인공 브래드 피트처럼 야수와 1대1로 싸우다가 장렬하게 죽는 법이다. 원래 내 기질에는 두 번째가 마음에 든다. 그러나 문제는 훗날 이 두 번째 죽음을 `시대착오'라고 부를 것이라는 점이다.
좀더 자본주의적 사고를 갖는 것- 웨버노믹스시대를 사는 우리의 운명이다.
[방송인 satvki＠chollian.net]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