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커스] 품위잃은 여자농구 사령탑들
기사입력 2000년 01월 18일 14시 18분
같은 프로라도 남자와 여자팀의 감독들은 많이 다르다.
여자프로농구 겨울리그가 한창인 잠실학생체육관에 갈땐 마음을 독하게 먹고 가야 한다. 소음때문이다. 열띤 응원이 아니라 양팀 감독들의 고성이 허공에서 창과 방패처럼 쉴새없이 부딪친다.
5개팀 가운데 삼성생명 정태균 감독을 제외한 4명은 알아주는 다혈질 지도자들. 한빛은행은 유수종 감독이 온화한 대신 박명수 코치가 앞에 나선다.
2라운드로 벌어지는 대회 특성상 매게임이 결승전을 방불케하지만 판정에 대한 불신은 보기 민망할 정도.
어떤 감독은 양복 상의를 벗어제치며 심판쪽으로 가려다 구단 관계자가 간신히 뜯어말렸고, 다른 감독은 이번 대회서 처음 데뷔한 선수출신 여성심판에게 삿대질을 하며 인격모독성 발언을 퍼부었다. 선수들의 플레이가 실패할때마다 "에이∼씨"가 따라붙는다.
문제는 2000명 안팎의 관중이 눈살을 찌푸리는 데 그치지 않는다는 것. 오는 22일과 27일을 제외한 11일간의 22게임이 공중파 방송을 탄다. 위성이나 지역민방이 주류인 남자경기에 비하면 큰 혜택이다.
그러나 작전타임때 으레 벤치의 모습을 잡는 TV 화면엔 감독들의 인상쓰는 얼굴이 꽉 찬다. WKBL(한국여자농구연맹) 조승연 전무는 "감독들이 작전타임을 요청한뒤 왜 전술지시를 안하고 꾸짖기만 하는지 모르겠다"며 안타까워했다.
시원한 승부를 보면서 스트레스를 풀려던 팬들은 오히려 짜증만 얻은채 발길을 돌린다.
선수에게만 "프로가 되라"고 다그칠 게 아니다.
[김미연 기자 ibiza＠sports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