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park] 특정직업 부정적묘사 포용할 수 있어야
기사입력 2000년 01월 18일 13시 54분
MBC 주말 연속극 `남의 속도 모르고'의 `고등 실업자' 유동근은 얼마전 친구가 운영하는 변호사 사무실에 `취업'했다. 분홍색 트레이닝복을 걸치고 짤짤대며 돌아다니더니, 넥타이까지 매고 출근을 시작한 것이다.
친구가 유동근에게 준 일은 브로커 짓이다. 병원을 돌면서 교통사고 당한 사람들을 찾아 `아무개 변호사에게 맡기면 백전백승'이라며 `영업'을 하는 일이다.
IMF 이후로 잘나가던 변호사들도 폐업신고를 하는 마당이다. 드라마는 이런 세태를 반영하고 있다.
지난 16일 방영된 유동근의 `출정 장면'은 희극적이었다.
변호사 사무실에서 받은 명함 한통을 양복 안주머니에 넣고는 경쾌하게 `일터'로 떠난다. 병원 매점에서 주스 한 상자를 사들더니 교통사고로 입원중인 환자와 보호자를 찾아간다.
그 다음은 감언이설이다. 전형적인 `브로커'의 모습이다.
더 웃기는 장면은 유동근이 찾아간 병원은 이미 다른 브로커의 `구역'이라는 것이다.
사실 브로커들이 병원 등지를 돌아다니며 `손님'을 찾아나서는 일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내가 알고, 네가 알고, 하늘이 알고 있는' 사실이다.
드라마를 시청한 변호사들은 어쩌면 불쾌감을 느꼈을 지도 모른다. 그러나 아직은 무슨 변호사 단체같은데서 방송국에 항의했다거나 하는 소식은 들려오지 않는다.
`한국 드라마사(史)'를 보면 특정 직업을 부정적으로 그리다 애먹은 사례가 부지기수다.
이번 변호사들의 `침묵'을 민도의 성숙으로 읽으면 `오버'일까.
[이승호 기자 letitbe@sports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