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C칼럼] 이성진 '인터넷에서 대체 무슨 일이 생겼나？'
기사입력 2000년 01월 18일 13시 11분
요즘 인터넷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궁금해하는 사람들이 많다. TV나 신문이 온통 인터넷 얘기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곳을 통해 나오는 소식을 들어보면 바이러스니 해킹이니 왜 그렇게 어려운 용어가 많은지…. 당연히 인터넷이 `어려운 상대'일 수밖에 없는 일이다.
하지만 사실 인터넷은 어려운 곳이 아니다. 사람이 사는 곳이다. 인터넷에서 벌어지는 일은 우리 실생활에서 벌어지는 일과 다른게 전혀 없다.
예를 들어보자. 사람이 모이면 시장이 생기듯 인터넷 공간에서도 네티즌들이 모여들면서 갖가지 시장이 형성되고 있다. 처음엔 자신의 주장을 펼칠 수 있는 아크로폴리스 광장 같은 공간이 생겨나더니 요즘엔 아주 다양한 용도의 시장이 생겨나고 있다.
우리가 사는 세상에는 아름다운 일들이 많이 일어난다. 반면 텃세와 사기와 협잡꾼도 있다. 인터넷 세계도 마찬가지다. 누가 봐도 흐뭇한 정이 넘치는 공간이 있는가 하면 상대방을 속이는 사이버 사기꾼도 있다. 심지어 남이 공들여 만들어 놓은 홈페이지를 망가뜨리는 테러리스트(해커)도 있다.
대표적인 인터넷 시장 중의 하나인 경매시장을 가보자. 국내에서도 인터넷 붐을 업고 참으로 많은 경매 사이트가 생겼다. 이중에는 아주 재미있는 상품을 경매하는 사이트도 많은데 그중의 하나가 사람을 경매하는 곳이다.
물론 현행법의 한계로 인해 사람을 사고파는 것은 불가능하다. 단지 자신을 경매에 붙여 이성 네티즌들로부터 입찰을 받는 것이다. 낙찰자에게는 보통 데이트를 할 수 있는 기회와 데이트 비용이 주어진다.
이것은 일종의 인기투표 같은 것인데 이 시장이 생겨나자마자 상당히 큰 호응을 받으며 많은 사람들이 몰려들었다.
그러자 이곳에서 인기를 얻고 싶은 어떤 여성이 한국에는 알려지지 않은 일본의 여배우 사진을 자신의 것인 양 슬쩍 올려놓았다. 물론 자신의 사진임을 강조하며 세련되고 매너있게 말이다.
이 여성은 경매 2위에까지 오르며 대단한 인기를 누렸는데 경매시장을 운영하는 회사측이 상위권 여성들의 `너무나 출중한 미모'에 의심을 품고 확인작업을 펼친 결과 그녀뿐만 아니라 추호도 의심하지 않았던 상위권의 인기상품(?)들이 대다수 가짜임이 밝혀졌다.
이 사건으로 인해 시장에 모여든 사람들은 상품의 진실성에 불신감을 갖게 되고 시장도 활기를 잃었다.
이처럼 인터넷 세계의 사건도 실세계의 사건과 다른 게 없다. 다른 것이 있다면 사건의 발생이 익명성이라는 특성으로 인해 보다 광범위하고 손쉽게 일어난다는 점이다.
어쩌면 우리가 사는 세상보다 좀더 넓고 복잡한 곳이 바로 사이버 세상이다.
[인터넷뉴스 데일리클릭, master@dailyclick.co.kr]
